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고영한 전 대법관을 불러 조사한다. 고 전 대법관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전직 대법관 중 차한성, 박병대 전 대법관에 이어 세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고영한 전 대법관을 23일 오전 9시30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고 전 대법관은 검찰 출석 전 취재진과 만나 ‘퇴임사에서 대법원이 국민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라고 했는데 사법농단 사태에 책임감을 느끼냐’는 질문에 “법원행정처의 행위로 인해서 사법부를 사랑하시는 국민께 심려를 끼쳐 대단히 죄송하다”고 답했다.
이어 “누구보다도 지금 이 순간에도 옳은 판결, 바른 재판을 위해 애쓰는 후배 법관을 포함한 법원 구성원 여러분께 정말 송구하다”며 “우리 사법부가 하루빨리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기를 바랄 뿐이다”라고 말했다.
사법농단 의혹이 후배 판사들과 행정처장 중 누구의 책임이 더 큰지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조사 시에 성실히 답변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고 전 대법관은 수사기밀 유출이나 재판거래가 법원행정처장의 정당한 직무라고 생각했는지 등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2016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법원행정처장을 지낸 고 전 대법관은 부산 법조비리 사건 등 영장재판에 개입한 의혹,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효력정지 관련 재판거래 의혹 등을 받는다.
2016년 정운호 게이트와 관련해 법관을 상대로 한 수사가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영장전담판사를 통해 수사기밀을 빼내고, 일선 법원에 영장재판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낸 혐의 등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