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무역학과 교수
최근 치러진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부패를 박멸하고 범죄율을 낮추겠다”고 공약을 밝힌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승리하여 내년 초 취임한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임했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대통령 이후 이어진 좌파 노동자당(연립) 정부의 부패와 무능에 성난 유권자들의 선택이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가 ‘라틴아메리카의 최신 골칫거리’라며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인물’이라 했던, 필리핀 대통령 두테르테와 닮은꼴 정치인의 어부지리(漁夫之利) 승리다.
2014년 브라질 국영 석유회사의 뇌물 수사를 시발점으로 드러난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은 그 규모가 엄청나 결정적인 민심이반 요인으로 작용했다. 아직까지도 인기가 높은 룰라 전 대통령도 연루되어 12년 형을 받고 수감되었고, 하원의장 등 300명이 넘는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단죄 과정에 있다. 룰라의 후임인 지우마 호세프도 2016년 8월 탄핵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승계받은 현 대통령 역시 혐의를 받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 사정이 악화하면서 브라질이 개최했던 하계 올림픽, 월드컵 경기 등이 그야말로 속 빈 강정이었음이 드러났다.
브라질 부패 스캔들은 작지 않은 비용을 수반했는데 국영 석유기업과 뇌물을 공여한 거대 건설사는 벌금 등으로 인한 각종 손실로 10만 명 이상의 근로자를 해고하면서 2014년부터 본격화한 경제난을 악화시켰다. 이에 더해 뇌물과 돈세탁에 대한 처벌로 2017년 미국의 연방법원으로부터 3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미국, 브라질, 스위스 정부에 납부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새 대통령에 대한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선거 후 주가와 환율이 크게 올랐는데 무능한 좌파 정부의 종식을 무조건 반기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브라질 소식과 더불어 베네수엘라 좌파 정권의 고위 관리를 지낸 파렴치범에 대한 소식도 있다. 2007년부터 4년간 재무부 장관을 지낸 알레한드로 안드라데가 미국 법원에서 약 1조 원이 넘는 뇌물수수 혐의로 며칠 전 10년 형을 선고받았다. 안드라데는 2013년 사망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혁명 동지로, 차베스의 경호원에서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었다. 장관 재임 기간 외환집중관리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친정부 기업인에게 큰 시세 차익이 따르는 불법 외환 거래를 눈감아 주는 조건으로 엄청난 뇌물을 받아 축재하였고, 차베스 사망 직전 미국으로 도피해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다 뇌물 공여자에 대한 조사로 기소되어 재산 몰수와 더불어 중형을 선고받았다. 고급 요트, 개인 비행기, 각지의 부동산 등과 더불어 60두에 달하는 경주마를 소유한 이 인물은 아들이 마상스포츠 선수로 활동했다. 비슷한 취미의 최순실 씨보다도 배포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한때 중남미 국가 중 가장 부유했던 베네수엘라의 경제가 사회주의 정당의 집권 이후 국가의 부실한 재정 운영과 부패가 정부 내에 만연해 붕괴를 재촉한 것이다. 베네수엘라 국민 중 많은 이들이 식량 부족으로 영양 결핍에 시달리고 있고, 최소 300만 명이 지난 20년 동안 살길을 찾아 나라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가난한 백성을 등친 파렴치한 범죄자들이 자금세탁을 위해 미국 금융기관을 이용한 탓에 거액의 벌금을 자국이 아니라 미국에 뱉어낸다는 것이다.
‘평등한 소득분배’를 지고지선(至高至善)으로 내세운 룰라와 차베스의 팬들이 국내에도 많다. 실제로 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의 원조가 ‘임금’주도성장론인데 이 미신경제학 이론의 국내 및 해외 신봉자들은 긍정적 효과의 증거를 브라질에서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러 교훈이 있을 수 있다. 많은 국민을 거지로 만드는 것을 감수하며 평등을 추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중요한 교훈이다. 특히 위선적 혁명가들의 억지는 십중팔구 실패할 뿐 아니라 극단적 반대 세력의 등극으로 이어진다는 불행한 역사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