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전북대 중문과 교수
얼마 전 한파가 몰아쳤을 때 “냉골 방 남매에게 가스비를 내주고 후원금까지”라는 보도도 있었고, “방 안인데도 영하 1도 냉골 방, 추위와 싸우는 쪽방촌”이라는 보도도 있었다. 훈훈한 미담도 있었고 안타까운 사연도 있었다.
냉골 방, 과연 어떤 뜻일까? 추운 방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냉골’의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냉골은 한자 ‘冷(찰 냉)’과 순우리말 ‘골’이 합쳐진 말이다. 냉은 다 알다시피 ‘차다’는 뜻이고, 골은 ‘고래’의 줄임말로 여기고 있다. 이때의 ‘고래’는 바다에 사는 큰 고래가 아니고, ‘방고래’라는 뜻인데 방고래는 “방의 구들장 밑으로 불길과 연기가 통하여 나가는 길”을 이르는 말이다.
요즈음이야 다 석유보일러, 가스보일러, 전기보일러 등 보일러를 사용하기 때문에 난방시설이라고 하면 으레 보일러를 떠올리지만 옛날 시골의 난방시설은 다 구들장이 있는 온돌이었다. 넓은 판때기 모양으로 깎은 돌을 수직으로 이어 세워 마치 도랑처럼 몇 줄의 길을 내고, 그 길 위를 다시 판돌로 덮어 전체가 다 평평하도록 한 다음, 그 위를 흙이나 시멘트를 고르게 펼쳐 바른 후에, 다시 몇 겹의 초배지를 바른 다음, 이어서 콩기름을 먹인 한지를 바르면 그게 바로 온돌 방바닥이 된다.
그런 방바닥 아래에 깔린 평평한 판돌을 구들장이라고 하고 구들장 아래에 난 불길을 고래라고 하는 것이다. 그 불길의 입구에 아궁이를 만들어 솥을 걸고 불을 때면 솥에서는 음식이 끓고 불은 불길을 따라 구들장을 덥히면서 지나가 굴뚝을 통해 연기로 빠져나간다. 이것이 바로 우리 한민족 고유의 난방장치인 온돌(溫돌)인 것이다.
땔감이 없어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못하면 고래 즉 골은 당연히 얼어붙는 냉골이 되고 만다. 이런 방이 바로 냉골 방이다. 냉골 방에서 자 본 사람만이 뼛속까지 스미는 추위의 고통을 안다. 봄은 아직 멀었다. 가난한 이웃에 대한 관심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