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금융사 주총 앞두고 쟁점 부상하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금융회사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차 확인했다. 시들어진 노동이사제 논의가 3월 금융회사 주주총회를 앞두고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윤 원장은 10일 이투데이와 만나 “아직 시기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정하지 않았지만, (노동이사제 공청회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권 반대로 지지부진했던 논의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당초 윤 원장은 지난해 노동이사제를 금융 혁신 방안 핵심 과제로 삼고, 공청회를 개최할 복안이었다. 해외 사례를 연구해 국내 도입 시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발표하고 찬성과 반대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공공기관 도입 추이를 지켜보자’고 하면서 무기한 지연됐다.
노동이사제는 이사회에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줄 이사를 노동자가 직접 선임하는 제도다. 경영진을 견제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유럽권 2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인 노동이사제는 통상 노조위원장 등 노동자 대표가 직접 사외이사로 활동한다. 다만 윤 원장이 현재 민간 금융회사에 도입하려는 것은 좁은 의미의 노동이사제인 ‘근로자 추천 이사제’다. 노조가 대학 교수 등 외부 전문가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윤 원장은 금융위원회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 시절부터 노동이사제 필요성을 주장했다. 혁신위는 2017년 최종 권고안에서 “낙하산 방지, 지배구조 투명성을 위해 금융회사에 근로자 추천 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고 했다. 금융 공공기관에는 노동 이사제를, 시중은행 등 민간 기업에는 근로자 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라고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그러나 “법으로 만드는 것은 시기상조이며 사회적 합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고 반대했다.
올해도 노동이사제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의 입장 차는 여전하다. 금융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시화된 이후에 금융회사 도입을 공론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동이사제 관련) 지난번과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며 “공청회 관련 내용도 전혀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노조는 올해도 사외이사를 추천할 방침이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역시 노동이사제 도입을 핵심 과제로 내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