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등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해서는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관련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공소장에 범죄사실 50여 개를 적시했다. 이들의 혐의는 크게 △상고법원 추진 등 법원의 위상 강화 및 이익 도모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 △부당한 조직 보호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 및 집행 등으로 분류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등이 행정부를 상대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처분 사건,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등의 재판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양 전 대법원장은 강제징용 사건 관련 재판지연 방안, 전원합의체 회부 등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하고, 재판 계획을 전범기업 측 변호사, 외교부 등에 제공하는 등 적극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헌법재판소보다 우위에 서기 위해 파견 법관을 이용해 헌재 내부 정보를 빼돌리거나 압박을 시도한 의혹도 받는다. 또 매립지 귀속 분쟁 관련 재판, 통합진보당 행정소송 재판 등에 개입한 정황도 포착됐다.
더불어 양 전 대법원장 등은 사법부에 비판적인 법관에 대해 인사 관련 문건을 작성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고 국제인권법연구회, 인사모 등의 와해를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고법원 도입 등에 반대하는 대한변협 회장을 압박한 정황도 드러났다.
전 부산고법 판사, ‘정운호 게이트’ 관련 판사 등의 비위를 은폐·축소하고 법관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서울지법 형사공보관 등에게 영장청구서 등의 사본 유출을 지시한 의혹도 받는다.
공보관실 운영비 3억5000만 원을 빼돌려 법원장, 법원행정처 고위간부 등에게 격려금으로 지급한 혐의도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처음 소환해 조사한 뒤 24일 구속했다. 구속 이후 양 전 대법원장을 추가 소환해 조사한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이들을 기소했다.
한편 검찰은 박 전 대법관에 대해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고교 후배로부터 형사사건 청탁을 받고 관련 형사사건 진행 상황,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등을 총 19회 무단 열람한 혐의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