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수입차 고율관세 부과와 관련된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입 자동차와 부품이 미국 안보에 위협을 준다는 결론을 내리고 시정 조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근거로 수입차에 대해 앞으로 90일 내에 최대 25%의 관세 부과, 또는 수입물량 제한 등을 결정할 수 있다.
최대 관심사는 한국산 자동차가 미국의 관세 면제 대상에 포함될지의 여부다. 미국의 주된 표적은 일본과 유럽연합(EU)으로, 한국과 캐나다·멕시코 등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자동차업계는 그동안 한국의 예외국 지정을 여러 차례 미국 측에 요청해왔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개정으로 이미 미국산 자동차 수입 확대 요구 등이 많이 수용됐고, 관세 부과가 미국 측에 실익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최근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을 제외해 달라는 우리 요청에 미국 측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예단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감안할 때 오히려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 기대와 달리 한국산 자동차에 고율 관세가 부과되면 그야말로 재앙적 상황이다. 미국은 한국차의 최대 시장으로, 작년 대미 수출 물량은 81만 대, 금액으로는 196억 달러 규모다.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3%에 이른다. 미국의 ‘관세폭탄’은 가격경쟁력을 크게 약화시켜 수출에 심대한 타격이 우려된다.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차에 25%의 관세가 적용될 경우 대미 자동차 수출 물량이 22.7% 줄어든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자동차는 우리 제조업 생산의 14%, 고용의 12%를 떠맡고 있는 핵심 산업이다. 다른 어떤 산업보다도 전후방 연관효과가 크다. 부품산업을 포함해 수십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하고, 자동차 공장과 부품단지가 밀집한 울산·부산·인천·창원 등의 지역경제에도 엄청난 충격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자동차업계와 이 문제와 관련한 민관합동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수출 피해 가능성과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고율 관세의 일괄 적용, 전기차·자율주행차 수입 제한, 쿼터제 도입 등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점검됐다.
당장에는 뾰족한 대비책을 따로 찾기 어렵다. 한국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예외국 지정으로 관세폭탄을 저지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이 급선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종 결정까지 아직 3개월 가까운 시간이 있는 만큼,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우리 정부와 업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함으로써 자동차산업과 나라 경제의 피해를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문재인 정부 통상외교 역량의 중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