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다음 달 주주총회에서 국토부 차관 출신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한다. 이는 남북경협(이하 경협),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 등 굵직한 국내 이슈를 앞두고 대관(對官) 채널 강화와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기대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로템은 다음 달 예정된 제20기 정기주총서 ‘사내이사 2명·사외이사 3명 선임의 건’을 다룰 것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 주총 임원 선임 안건 중 주목받는 부분은 사외이사 선임이다. 3인의 사외이사 후보에 여형구 전 국토교통부 2차관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여 전 차관은 현재 법무법인 김&장에서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그는 국토해양부 기획조정실장, 교통정책실장 등을 거쳐 2013년부터 2015년까지 국토교통부 제 2차관을 역임한 이른바 국토부 ‘통(通)’이다. 여 전 차관이 몸담았던 기획조정실은 국내 교통정책 전반에 대한 조정·관리를 담당하는 조직이다.
여 전 차관 영입은 현대로템의 대관 채널 강화를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경협·GTX 사업 등 국내 철도사업의 경우 사실상 발주(한국철도공사)와 최종 승인(국토부)을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다. 현재 국내에 다원시스, 우진산전 등의 철도차량 제작업체가 존재하지만, 경협이 구체화할 경우 현대로템이 최대 수혜 기업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최근 GTX-B 예비타당성 조사를 연내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더한다.
또한 현대로템은 향후 국토부가 주축이 될 경협과 GTX 사업 등에 있어 전문지식을 보유한 여 전 차관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여 전 차관은 2015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 사업 수주 관련 민관합동 수주지원단장으로 현지 세일즈 활동을 이끈 바 있다.
현지 사정으로 이 사업은 무산됐지만 ‘고속철 수주’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 민관이 합동팀을 구성했고, 이 팀의 수장이 여 전 차관이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 당시 수주지원단에는 철도시설공단·코레일(한국철도공사)·수출입은행·현대로템 등이 참가했다.
현대로템은 이외에도 사외이사로 행정전문가와 재무전문가를 영입하며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원희 한경대학교 행정학과 교수(서울행정학회 회장)와 전상경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교수(한국재무학회 부회장) 또한 현대로템의 사외이사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현대로템은 여 전 차관 영입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여 전 차관의 행정부 내 교통관련 정책 전문 경력과 교통공학 박사로서의 철도 교통 분야 전문성에 따라 사외이사 선임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대관 업무를 포함해 특별한 임무를 부여하려는 조치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