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정부 최종안’을 27일 발표했다. 예고된 대로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하는 구조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방식이 골자다. 구간설정위는 중립적 전문가 9명으로 구성해 임금인상의 범위를 제시하고, 노동계와 사용자 측, 공익위원 7명씩 모두 21명이 참여한 결정위가 인상 폭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대 쟁점인 기업의 지급능력을 임금결정 기준으로 삼는다는 내용은 배제됐다. 지난달 공개된 개편안 초안에는 결정 기준에 기업 지급능력과 경제성장률, 고용 수준을 반영하는 조항이 담겼었다. 그런데 가장 핵심적인 지불능력을 제외하고 노동계에 편향된 개편안이 나왔다.
무책임한 미봉책이 아닐 수 없다. 최저임금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것이다. 최저임금의 합리적 결정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2년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와 민생에 심각한 후폭풍을 가져온 원인은 다른 데 있지 않다. 정부가 사업주의 지급능력을 넘어선 과도한 인상을 밀어붙인 탓이다. 그 부담을 견디지 못한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고, 최저임금에 민감한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의 취약계층 일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고용참사가 빚어졌다.
이번 개편안에 경영계가 크게 반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최저임금 결정은 기업의 지급능력과 생산성, 경기상황 등을 고려해 노사 양측이 균형점을 찾는 구조라야 지속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개편으로 임금결정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높일 수 있다지만, 문제의 개선에 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노동계는 결정구조 이원화 자체를 반대하면서 강력한 투쟁에 나설 태세다.
국회 입법도 여야 입장이 엇갈려 진통이 예상된다. 현행 최저임금법에는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에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고, 이후 90일 이내에 위원회가 의결토록 돼 있다. 바뀌는 제도로 내년 최저임금을 심의하기 위해서는 3월 말까지 법 개정과 공포 절차가 마무리돼야 하는데 가능할지 의문이다. 또다시 내년 최저임금 결정과정의 혼란과 파행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최소한의 요소인 지급능력은 무시한 채, 최저임금 결정구조만 이원화하는 것은 결코 근본 해법이 안 된다. 현행 단일 최저임금 체계는 업종별 격차가 큰 생산성이나, 영업이익률이 낮아 임금지불 여건이 취약한 영세산업의 상황 등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경영계가 최저임금의 업종별·지역별 구분 적용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이유다. 이미 최저임금법에 사업종류별로 차등화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동안의 관행과 현실적인 어려움을 들어 제도개혁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는 최저임금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