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어느 자동차 잡지의 광고.
비즈니스·열정 그리고 개성이 빛나는 곳에
BMW318i
수입차가 막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할 때의 BMW의 광고다.
◇이 시절의 ‘외제차 탄다’는 말의 의미
국내에 수입차가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1988년 경의 일이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의 통상 개방 압력으로 인해 ‘수입선 다변화 정책’이 실시된 것이다.
당시 배기량이 큰 고급 차종이 많았던 독일 자동차를 주로 우선적으로 개방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저가형 차종이 많은 일본 차량은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후순위로 개방됐다. 다만 이 광고 속의 BMW 318i는 배기량 1796cc로, 당대 기준으로도 그리 고급 차량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운 차종이긴 하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1994년을 기준으로 국내 등록된 차량 중 수입차 비중은 0.34%였다. 이때 즈음만 해도 ‘외제차 탄다’는 말은 그 사람의 사회적 지위와 재력 등이 1% 미만에게만 허용되는 재화를 누릴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입차 점유율은 16.73%를 기록했다. 이젠 ‘외제차 탄다’라는 말을 예전과 같은 이유로 사용하는 이는 없어졌다. 특별히 의미가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최근엔 그렇게 말한다 한들 “혹시 BMW 타시나요?”라는 걱정 어린 시선을 받을 수가 있기도 하고….
◇이 당시 수입차의 이모저모
‘BMW 하우스(Haus)’. 하우스는 독일어로 ‘집’이란 뜻으로 BMW 하우스는 지금의 BMW 전시장이다. 광고에서 나와있다시피 전국의 BMW 전시장이 주요 광역시 단 4곳에 하나씩 위치해 있었다.
심지어 서비스센터는 외주업체 단 한 곳이다. 전국 어디에 있는 BMW 차량이 고장나더라도 반드시 이 서비스센터를 찾아와야 한다. 이 시절엔 많은 수입차 서비스센터가 단 하나인 경우가 흔했다.
2019년 3월 현재 BMW 전시장은 전국에 54곳, 서비스센터는 62곳이나 된다. 전국의 모든 수입차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합치면 1117곳이다.
자료청구권이란 뭘까? 이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자동차 정보를 검색해볼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실제로 사게 될 지 확실치 않은 차의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전국에 단 4개 있는 전시장에 방문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자료청구권을 엽서에 붙여 보내면 엽서를 보낸 이의 선호를 고려한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식으로 수입차 정보를 제공했다.
자료청구권 옆에 CHA 9206은 수입차 회사에게 필요한 식별 코드다. ‘9206’은 ‘1992년 6월호’임을 의미하며, ‘CHA’는 어느 잡지에 실린 청구권인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어느 잡지로부터 들어온 청구권이 많은지에 따라 수입차 업체는 각 잡지별 매체력을 짐작할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잡지사에 집행하는 광고단가를 결정한다.
광고 속 BMW 318i는 흰색인데, 범퍼는 검은색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다. 여기엔 재미있는 사연이 있다.
내 차보다 아주 근소하게 작은 넓이의 주차공간을 발견했다고 치자. 한국이라면 당연히 ‘다른 주차 공간을 찾는다’.
이 시절 유럽에서는 이런 경우 ‘범퍼로 앞뒤 차를 살짝씩 밀어버리고’ 주차했다. 아니, 사실은 지금도 급박하고 주차공간이 부족한 유럽 대도시에선 이런 경우가 종종 있다.
그렇다고 무슨 GTA 하듯이 ‘쾅!’하고 미는건 아니고, 겨우 주차할 공간이 나올 정도로만 접촉한 상태에서 민다. 그렇다해도 범퍼에 손상이 전혀 없을 순 없다. 때문에 교체가 용이하도록 값싼 플라스틱 재질의 검은 범퍼를 앞뒤로 달아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