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개인간) 금융 업계는 지난해 몸살을 앓았다. 유사수신 행위, 횡령, 사기 사례가 빈번했고,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법제화에 착수했다. 작년 2월까지 초대 P2P금융협회장을 지낸 이승행 전 미드레이트 대표도 세간의 입방아에 함께 오르내렸다. 지난해 4월 불거진 학력 위조 논란 탓이다. 이 대표의 학력 위조 논란 이후 협회는 팝펀딩의 신현욱 대표를 회장으로 선출해 업계를 추스르고자 노력했으나 선출된 지 3개월 만에 사퇴했다. 또한 신용대출에 주력하는 기업들의 이탈이 이어졌고, 마켓플레이스렌딩협의회가 출범해 부동산 대출 중심의 한국P2P금융협회와 나뉘게 됐다.
17일 이승행 전 대표를 만나 그간의 속사정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학력 위조 논란과 관련해 이 씨는 “유명인이 아닌 저의 학력이 잘못 알려진다 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어리석었고, 부끄럽다”고 털어놨다. 이어 “산업이 성장통을 겪는 와중에 업계 대표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어 죄송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단국대학교 경영학ㆍ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SK건설 플랜트 해외계약팀,NH Recytech해외 계약 및 리스크 관리를 담당했다. 플로리다주립대나 MIT는 단기 연수 등으로 잠시 수강했는데 이를 정확하게 알리지 않아 ‘학력 위조’ 파문에 휩싸였다.
그는 “오랫동안 민망함에 집 밖을 나갈 수 없었다”며 “선배 창업자들을 만나면서 조언을 구하고 저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핀테크 블록체인학과 석박사통합과정을 하면서 해외 핀테크 산업과 소셜 임팩트비즈니스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활동 중단 뒤 협회가 갈라지는 것을 지켜본 소회를 묻자 그는 “제 잘못이 크다”면서 “다만 산업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분화된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초기에는 산업 규모도 작고, 업체도 많지 않아 하나의 우산 아래 모였으나 처음부터 신용이나 부동산이 집중하는 고객층은 서로 달랐다는 뜻이다.
그가 이끌었던 미드레이트는 처음에 신용 대출에서 출발해 부동산 미술품, 부동산, 홈쇼핑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해 나갔다. 이와 관련해 이 씨는 “신용대출 영역에 이미 8퍼센트, 렌딧 등의 선발 주자가 상대적으로 방대한 중금리 데이터를 축적하기 시작해 후발기업으로 뛰어들었기에 현실적인 벽을 절감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국내 금융 규제도 분야를 넓힌 이유로 꼽았다.
그는 “중금리대출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부의 공적자금은 사잇돌 등에 대거 투입됐으나 이는 기존 금융기관에 집중됐고, 핀테크스타트업은 혜택을 누리기 어려웠다”며 “여기에 규제까지 옥죄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늦게나마 올해는 핀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시작될 조짐이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이 씨는 사업을 하면서 P2P 대출만으로는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구하지 못하는 청년 창업가와 소상공인들을 만났다. 그리고 최근 이들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소셜임택프 크라우드 펀딩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는 의욕만 앞서 제 역량과 비교해 과분한 관심을 받았다”며 “앞으로는 조용히 업계의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내실 다지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