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최근 발표한 신형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10’에 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이더리움 지갑(키스토어)이 포함돼 화재가 됐었죠. 삼성전자는 왜 코인 지갑을 스마트폰에 넣었을까요. 그리고 비트코인이 아닌 이더리움이 먼저 들어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인 ‘댑(DAPP)’에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이더리움, 비트코인 보다 먼저 넣은 이유 = 가상화폐 지갑은 코인을 보관하는 저장소를 의미합니다. 지갑은 돈을 보관한다는 뜻으로 쓰이죠. 가상화폐 업계에서도 화폐 개념을 연결하다보니 지갑이란 단어를 쓰게된 것입니다.
아직 모든 가상화폐를 한꺼번에 보관하는 지갑은 많지 않은데요. 비트코인을 보관하는 지갑과, 이더리움, 이오스, 리플 등 지갑을 따로 사용하는 게 현실입니다.
흔히 생각하길 가상화폐를 대표하는 건 비트코인데, 왜 이더리움 지갑이 먼저 들어 간 것일까요.
삼성전자가 단순히 코인 보관 기능만 제공하지 않겠다는 숨은 의도가 파악되는군요.
비트코인은 2000여 개의 상위 코인 중 시가총액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은 코인이죠. 시총 1위 코인을 제일 먼저 탑재하지 않은 것은 지갑의 사용처를 보관만이 아니라 댑 확장까지 염두에 뒀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에서 사용하는 프로그램을 ‘앱(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하죠. 블록체인 기술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을 ‘탈중앙화(Decentralized) 앱’을 줄여 ‘댑(DAPP)’이나 ‘디앱’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사실 이렇다할 댑이 없는데요. 앞으로 수많은 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댑을 사용하는 이들에게 필수적인 지갑을 제공함으로써, 댑 시장의 중요한 허브 역할을 하려는 것이죠.
지갑 시장의 선점은 ‘댑스토어’를 선점하는 효과를 볼 수 있고요.
다시말해 지갑은 단순한 보관기능을 넘어 앞으로 나올 탈중앙화 프로그램을 모두 삼성 서비스 위에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표현됩니다.
◇코인덕, 선봉에 = 평창올림픽 기간에 이더리움으로 현지 업소의 결제를 지원했던 코인덕이 갤럭시S10에 탑재가 됐습니다.
코인덕은 지난해 1월 출시된 세계 첫 이더리움 기반 결제 서비스죠. 2017년 11월 체인파트너스의 사내 벤처로 출발해 2018년 8월 분사해, 같은해 12월 삼성전자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에 선발된 이후 삼성전자와 가상화폐 결제 서비스를 구축하기 위해 긴밀히 협업해왔다고 합니다.
원리는 간단합니다. 지갑에 보유한 이더리움의 현제 시세를 반영해 원화로 교환한 후 결제하는 방식이죠.
코인을 오프라인 업소에서 사용하는 방식이 대중적이진 않은 게 걸림돌이긴 합니다.
신민섭 코인덕 대표는 낙관적인데요. 신 대표는 “아직 변동성이 높은 암호화폐를 누가 결제에 쓰겠냐는 인식이 크지만 앞으로 원화나 달러 가치에 고정된 암호화폐를 코인덕에 연동하고 갤럭시처럼 널리 쓰이는 폰에서 결제할 수 있게 되면 상황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사실 댑은 법정화폐를 사용하기 위한 도구만은 아니에요.
코인 결제만 지원하는 댑을 위한 것이죠. 예컨대 고양이 수집게임 ‘크립토키티’와 ‘네온디스트릭트’, 탈중앙화 거래소, 코인 전용 담보대출 등 댑을 쓰기 위해선 코인이 필수에요. 오히려 원화나 달러를 아예 받지 않고 있으니 코인지갑이 필요하겠죠.
◇‘댑스토어’ 전쟁 예고 = 아직 댑 시장은 볼품이 없습니다. 사용할 만한 댑을 손에 꼽을 정도죠.
하지만 많은 개발자들이 새로운 댑을 개발하고 있어요. 금융, 음악, 미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등 전분야에 걸쳐서요.
점차 유용한 댑이 증가할 수록 이를 한번에 관리할 수 있는 ‘허브(Hub)’ 프로그램이 필요하게 될 거에요.
안드로이드 폰에서 구글플레이를 쓰고, 아이폰에서 앱스토어를 쓰는 것처럼 말이죠.
아마도 삼성전자는 이 시장의 잠재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앞으로 누가 댑 시장의 중심 축이 될까요. 운영체제 전통 강자 마이크로소프트(MS)일지, 스마트폰 영향력이 절대적인 구글일까요. 아니면 콧대높은 애플이 댑을 앱스토어에 받아들일까요. 미래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