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장에서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지위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후발주자와는 가격에서, 선진국과는 기술에서 경쟁하는 ‘넛크래커’ 신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하 건기연)이 2일 공개한 ‘건설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평가를 통한 해외건설 빅 이슈 개발Ⅲ’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건설산업의 2018년 글로벌 경쟁력은 20개 국가 중 12위를 기록해 전년(9위)보다 3계단 내려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설계와 시공 분야 모두 해외 매출이 20%대 하락하며 성장률이 감소했고, 지난해 연평균 건설시장 성장률도 최하위인 20위였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2017년에도 전년(6위)보다 3계단 하락한 바 있다. 건기연이 2011년 평가를 시작한 이후 우리나라가 10위권 밖으로 나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는 우리나라가 해외 건설산업 수주에서 후발주자의 저가 공세에 따른 가격 경쟁과 선진국들의 기술 경쟁 사이에서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분석했다. 향후 차별화된 전략과 품질, 안전, 건설사업 관리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스마트건설 기술 개발 △단순 시공에서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 등으로 먹거리를 새롭게 창출해야 한다고 보고서는 제언했다.
이와 함께 국가별 건설인프라 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전년과 같은 12위를 기록했다. 국가별 건설기업 역량평가 결과에서 우리나라는 전년보다 2단계 내려간 9위를 기록했다. 세부 분야별로 시공 경쟁력은 7위에서 10위로 하락했고, 설계 경쟁력은 전년 수준(13위)을 유지했다.
한편 건기연과 국토교통부는 이 분석 자료를 외부에 매년 발표해 왔으나 2018년도 자료는 지난해 말 완성한 뒤에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현 정부 들어 건설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를 피하려고 고의로 발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 언론의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건기연은 보고서가 아직 추가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