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사장은 1일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취임식을 열고 대표이사 사장으로서의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달 27일 김 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로 인사낸지 5일 만이다.
김 시장은 2017년 부사장에 오른 이후 2년여 만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실제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2017년 부사장에 오른 11명 가운데 사장으로 승진한 첫 케이스다.
특히 이번 인사는 성상록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의 임기가 1년 남은 상황에서 이뤄진 만큼 그 배경에 대한 해석도 분분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성 전 사장도 인사 전날에야 통보를 받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우선 이번 교체의 배경으로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부진이 꼽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난 해 영업이익은 4536억 원으로 전년 5144억 원에 비해 11.8% 줄었다. 지난 2016년의 4946억 원에 비해서도 부족한 실적이다.
또한 지난 해 매출은 6조2862억 원으로 전년의 6조2682억 원에 비해 외형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2790억 원으로 2014년 2984억 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4년 현대엠코와의 합병이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합병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이같은 실적 악화의 원인은 화공전력 부문의 성적 부진이 지목되고 있다. 지난 해 화공전력 부문 매출액은 2조9122억 원으로, 2015년 3조8972억 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의 비중 역시 2015년 52.6%에서 지난해 46.3%로 지속적으로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여기에 지난해 말 기준 해외수주잔액은 14조 원으로 합병 이후 처음으로 15조 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전체적인 수치가 악화되고 있다.
최근 회사내 분위기 쇄신을 이유로 보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임 성 사장은 1954년생으로 건설업계에서도 가장 연장자에 속하는데 김 사장은 1960년생으로 60대 사장이 50대로 교체되는 세대교체 의미가 있다.
여기에 노동조합 결성 당시 회사내 잡음이 적지 않았고 직상장불발 등도 교체의 이유로 지목되고 있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정의선 부회장의 그룹 후계구도 완성을 위한 인사라는 점도 배제할 수 없다. 알려졌다시피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의 후계구도 구축을 위해 빼놓을 수 없는 연결고리 중 하나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최대주주는 지분 38.6%를 가진 현대건설이고 2대 주주가 지분 11.7%를 가진 정 부회장이다.
증권가를 비롯한 관련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의 자체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의 합병 등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 가치를 높인 후 상장 자금을 마련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앞서 현대엔지니어링이 현대건설의 주택 브랜드인 ‘힐스테이트’를 함께 사용하는 등 회사의 변화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현대건설과의 합병설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신임 김창학 사장은 휘문고등학교(1979년)와 고려대 기계공학과(1987년)를 졸업하고 현대엔지니어링에 입사해 현대엔지니어링 화공 Cost P&M실장 상무, 화공사업수행사업부장 전무,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 부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