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연봉을 받고 중국에 갔던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연구원들 중 일부가 한국으로 유턴(U-turn)하고 있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핵심 기술을 확보하게 되면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인력 구인난을 겪고 있는 우리 기업들은 귀국한 연구원 중 일부를 불가피하게 재입사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국내 업체들보다 3~5배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조건으로 중국 업체로 이직한 디스플레이 분야 연구원들이 국내로 되돌아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고급인력이 중국으로 유출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R&D인력 영입을 통해 우리나라와 격차를 좁혔기 때문이다.
이미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에서는 출하 기준으로 우리나라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올레드(OLED) 분야에서도 일부 업체들이 증설 움직임을 보이는 등 심상찮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력 유출 문제가 심해지자 디스플레이 업계는 지난해 4월 산업기술보안협의회를 발족했다.
중국으로 이직했던 연구인력들이 다시 한국행을 택한 것은 현지업체들의 부당한 대우와 연관 있다.
A기업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은 우리나라 연구원들과 3~5년 계약을 맺으며 확실한 처우 보장을 약속하지만, 이후 그들의 현지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후에는 이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토사구팽(兎死狗烹) 당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귀국한 연구인력들이 국내 재취업을 시도하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들을 수용하고 있다.
당장 새로운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8년 산업기술인력 수급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스플레이(-1.3%)는 조선(-2.6%), 철강(-2.4%), 자동차(-2.0%)에 이어 4번째로 전년 대비 인력이 많이 감소한 산업군이다.
B기업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공통으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중국에 갔던 인력을 반갑게 다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