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내년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km당 평균 95g으로 제한…피아트-테슬라, 업계 첫 파트너십 대응
유럽연합(EU)의 환경규제 강화에 비상이 걸린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업체들은 규제 기준을 맞추고자 짝짓기를 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회사들이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생산 등으로 규제 대응 여유가 충분한 업체와 연계하는 방법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피아트크라이슬러오토모빌(FCA)이 EU의 새 이산화탄소 배출 규정 위반에 따른 막대한 벌금을 피하기 위해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와 손을 잡았다고 보도했다.
EU 집행위원회(EC) 웹사이트에 이날 게재된 성명에 따르면 FCA는 지난 2월 25일 테슬라와 이른바 ‘공개 풀(Open Pool)’을 구성했다. 공개 풀은 친환경의 전기차 판매량을 FCA가 자사 자동차 판매량으로 집계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FCA는 테슬라에 수억 유로를 지급했다고 FT는 전했다.
앞서 EU 각국은 지난해 승용차 배기가스를 오는 2030년까지 2021년 수준에서 37.5% 감축하기로 합의했다. 또 EU는 지난 2015년 1km 주행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치를 업체별로 평균 130g으로 정했는데 내년부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이를 평균 95g 이하로 더욱 강화한다.
영국 리서치 업체 자토다이내믹스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업체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20.5g/km을 기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FCA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평균 123g/km로, EU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지적했다.
제프리스는 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가 법제화하면 FCA가 오는 2021년 물어야 할 과징금이 20억 유로(약 2조5557억 원)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PA컨설팅은 지난해 보고서에서 “FCA는 EU 목표보다 이산화탄소를 평균 6.7g 더 많이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조사 대상인 글로벌 13개 자동차업체 중 최악의 성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FCA가 황급히 행동에 나선 것이다. EU는 업계가 다른 자동차 브랜드와 팀을 이뤄 이산화탄소 배출량 목표를 충족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으나 이를 실행에 옮긴 것은 FCA가 처음이라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유럽의 청정에너지 관련 로비·연구 단체인 교통&환경의 줄리아 폴리스카노바 선임 이사는 “유럽에서 서로 다른 자동차 업체가 처음으로 팀을 이뤄 배기가스 규제를 충족하기 위한 상업적으로 실행 가능한 전략 수행에 나섰다”며 FCA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FCA는 또 지난해 “앞으로 4년간 90억 유로를 들여 글로벌 배기가스 규제 기준에 부응하는 전기차를 개발할 것”이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마이크 맨리 FCA 최고경영자(CEO)는 “환경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실행 가능한 모든 옵션을 사용할 것”이라며 “배기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차종은 퇴출시키고 휘발유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는 디젤 차량은 계속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EC 문서에 따르면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마즈다도 ‘공개 풀’을 형성할 방침이다. 도요타는 마즈다 지분 5%를 보유하고 있다.
EU는 자동차업체가 자사의 다양한 브랜드 사이에서 ‘풀’을 결성해 배기가스 규제 목표를 달성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독일 폭스바겐은 포르쉐와 아우디, 폭스바겐(VW), 시트(Seat), 스코다(Skoda) 등 산하 브랜드를 통합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관리할 수 있다.
한편 테슬라는 미국에서 다른 제조업체들에 지난 3년간 10억 달러 이상의 탄소배출권을 파는 등 환경규제 강화에 짭짤한 장사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