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이코노미] 영화 '미성년'의 성인로맨스…경제위기와 불륜의 상관관계

입력 2019-04-15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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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엄마, 아빠가 불륜을 시작하면서 악연이 된 같은 고등학교 2학년 주리와 윤아. 처음에는 머리채를 붙잡고 싸우지만, 결국 가장 친한 친구가 돼 서로를 위로한다. (사진제공=쇼박스)

"야, 너희 엄마가 우리 아빠 꼬셨어. 지금 불륜 진행 중이야. 알아?"

"어떻게 모르냐? 배가 불러오는데."

아빠의 불륜을 목격한 고등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 분). 아빠의 불륜 상대가 같은 학교 친구 윤아(박세진 분)의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윤아에게 괜한 분풀이를 하려던 순간, 불륜보다 더 경악스러운 사실을 접한다. 생각지도 못했던 윤아 엄마의 임신 소식. 주리는 다리가 풀려 버렸다.

영화 '미성년'은 성년들의 불륜 때문에 상처받지만, 상처를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미성년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동시에 완벽하게 어른이 되지 못한 순수한 미(美)성년과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미(未)성년의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며, 나이가 인격을 완성시키는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아빠의 불륜을 목격한 고등학교 2학년 주리(김혜준 분)는 상처받을 엄마를 생각하며 눈물을 흘린다. (사진제공=쇼박스)

최근 불륜이 경제위기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시사잡지 뉴스위크는 유로존의 경제위기가 스페인 사람들을 외도로 내몬다고 보도했다. 큰 위자료를 지불해야 하는 이혼 대신, 데이트 비용만 내면 되는 불륜이 많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가운데 기혼자 소셜 데이팅 플랫폼 역시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기혼자 대상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인 '애슐리 매디슨'이다. 애슐리 매디슨은 경제위기가 찾아오자 가입자가 급증했다는 자체 통계를 발표했다.

애슐리 매디슨이 처음 사이트를 개설한 2001년부터 2015년까지 전 세계 연평균 가입자 증가율은 50%였다. 글로벌경제위기가 찾아온 2008년에는 한 해에만 증가율이 166%로 치솟았다. 일본에 처음 진출했던 2013년에는 1년 만에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했다. 애슐리 매디슨은 이런 현상을 두고 "장기 침체에 찌든 일본 중년 남성들의 호응 덕"이라고 분석했다.

▲영주(염정아 분)는 남편의 불륜 상대인 미희(김소진 분)가 운영하는 식당에 무작정 찾아간다. 미희가 자신의 남편과 통화하는 모습을 목격한 영주는 자리를 박차고 식당 밖으로 뛰쳐나간다. (사진제공=쇼박스)

우리나라에서는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개설 당시, 회원 가입을 할 때 성행위 의사를 묻는 조항이 간통죄를 방조할 목적이 있다고 판정돼 접속을 금지했다.

이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애슐리 매디슨은 새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했다. 한국어 서비스를 재개한 2015년에는 '2015 구글 올해의 검색어' 사회 부문 6위에 애슐리 매디슨이 오를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국내에서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 이용자가 꾸준히 늘면서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 총 170개의 데이팅 앱이 만들어졌고, 시장 규모는 2000억 원에 달한다. 관련 업계는 3년 내 시장 규모가 50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1위 데이팅 앱은 틴더로, 지난해 900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불륜 장소에서 주리를 만난 대원(김윤석 분)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아빠를 부르는 주리를 뒤로 한 채 전력 질주하며 도망간다. (사진제공=쇼박스)

"윤아야, 아들이래! 엄마 진짜 너무 든든해."

윤아 엄마는 불륜으로 가진 아이가 아들이란 말에 누구보다 기뻐한다. 이런 엄마의 모습을 보는 윤아는 어이가 없지만, 한편으로는 19살부터 홀로 자신을 키워야만 했던 엄마의 기구한 인생에 마음이 아프다.

사회는 성년이 미성년을 혼내는 것이 정상이라고 가르친다. 하지만 영화 '미성년'에서는 미성년이 성년의 역할을 한다. 엄마, 아빠의 불륜을 목격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으로 뛰어다니는 고등학생 주리와 윤아의 모습. 진짜 어른이 되는 데 필요한 것은 나이가 아닌, 모두가 행복하길 바라는 이들의 이타적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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