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인니 디지털 상륙작전…“라인뱅크로 '금융의 삼성전자' 탄생”

입력 2019-04-16 05:00수정 2019-04-16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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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욱 L-프로젝트 부장, "2040세대 공략 현지화 성공할 것"…스타트업·핀테크 업체 협업

▲KEB하나은행 디지털그룹 ‘디지털 어벤저스’ 팀이 11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준성(뒷줄 오른쪽에서 네번째) 하나은행 디지털금융그룹 부행장과 정재욱(앞줄 맨 오른쪽) L-프로젝트 부장. 고이란 기자 photoeran@
KEB하나은행에는 을지로 본점에 소속돼 있지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무실에서 3배 많은 기간을 상주하며 동분서주하는 ‘디지털 어벤저스’가 있다. 12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어벤저스를 이끄는 디지털그룹 ‘L-프로젝트팀’의 정재욱 부장을 만났다. L은 인도네시아에서 연내 출범을 앞두고 있는 라인뱅크의 첫번째 이니셜을 딴 것이다.

정 부장은 “은행업은 제조업과 달리 현지화 과정에서 지점 설치 등 물리적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디지털 금융을 통해 하나은행이 금융의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L-프로젝트팀은 하나금융그룹의 신남방 글로벌 디지털 전략을 수행해나갈 핵심 조직이다. 지난해 8월 시장조사를 할 때부터 지성규 당시 글로벌 부행장이 직접 셋업했다.

정 부장이 내민 명함에는 ‘신뢰받고 앞서가는 글로벌 금융그룹’이라는 회사 비전이 적혀 있다. 그는 2013년 그룹 비전 설계에 참여했고, 다음 해에는 통합추진단 소속으로 구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원뱅크 통합 작업을 맡은 ‘전략통’이다. 이후 2년간 영업점 부지점장으로 근무한 뒤 올해부터 다시 그룹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게 됐다.

L-프로젝트팀은 2달 단위로 인도네시아와 한국을 번갈아 오가며 속도를 내고 있다. 정 부장은 “1월 발령받은 지 이틀 만에 바로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탑승했을 만큼 진도를 빼고 있다”라며 “바쁜 일정으로 초기에 장티푸스 예방주사도 맞지 못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팀원들은 중대한 임무를 맡아 사뭇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지만 서로 장난도 치며 전반적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그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짬을 내 자카르타의 청담동이라고 불리는 세노파티 거리에서 고생한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로 회포를 풀기도 한다”며 비결을 소개했다.

수신·여신·외환·IT·경영관리·카드·콜센터 담당 등 15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팀원들은 각 부서에서 선발된 에이스다. 정 부장은 “상품·서비스·인프라 크게 3가지 부분으로 움직인다”라며 “디지털뱅크를 새롭게 론칭하는 것이다 보니 상품·서비스뿐만 아니라 콜센터, 카드발급, CSS(개인신용평가시스템) 개발이 뒷단에서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팀원들은 자카르타 공항에 내리면 승차공유 플랫폼 그랩(Grab)으로 택시를 잡고, 숙박공유 플랫폼 에어비엔비(Airbnb)로 호텔을 정하는 디지털 생활습관이 몸에 벤 트렌디한 직원들이다. 장 부장은 “젊은 친구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며 “배앓이를 앓기도 하고, 격지에서 함께 고생하다 보니 자연스레 동지애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정 부장은 라인뱅크를 통해 금융의 삼성전자를 꿈꾼다. 그는 “전국에 61개 지점을 보유 중인 하나은행 인니법인이 1500개 지점을 갖고 있는 현지 국영은행과 리테일 경쟁을 하기에는 물리적·지리적 한계가 있다”며 “모바일 수단을 통해 현지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라인뱅크는 2040세대를 타깃으로 예금, 소액대출 등을 시작해 향후 현지 스타트업, 핀테크 업체들과 협업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고객 기반의 퀀텀 점프와 주류 은행과 겨룰 수 있는 내부 질적 성장이라는 2Q(quantum·quality)점프를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인뱅크가 출범하면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의 디지뱅크, 일본계 BTPN의 지니어스에 이은 인도네시아의 세 번째 인터넷은행으로 자리매김한다. 애자일 조직으로 구성된 L-프로젝트팀은 하반기 조직개편에서 정식 편제돼 하나금융의 신남방 디지털 전략을 이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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