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국내 수제맥주, 점점 커지는 실적 손실…“종량세 안되면 문 닫을 판”

입력 2019-04-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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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 속에 국내 시장에 뿌리내린 수제맥주(크래프트) 업체들이 최악의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1세대 수제맥주(하우스맥주) 업체가 파산하고, 지난 2013년 이후부터 ‘제2의 크래프트 시대’를 열고 있는 2세대 업체들 역시 막대한 초기 마케팅 비용 부담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업계는 국내 수제맥주의 사활이 달린 ‘종량세’ 전환이 늦춰질 경우 자칫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한국수제맥주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에는 수제맥주로 면허를 가진 업체가 114개가 있으며, 이 중 협회 소속사는 45개 업체, 실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하는 업체는 90여곳이다. 이 가운데 매출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을 공시하는 업체는 5곳 정도로 사실상 수제맥주 업체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지난해 이들 업체들은 카브루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지속했다. 초기 창업 시기부터 이어진 적자가 최소 3년차에서 최대 5년차까지 지속되고 있다.

더부쓰는 지난해 전년 대비 11.11%가 증가한 6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는 모두 적자를 봤다. 영업손실은 3억 원, 당기순손실은 39억 원을 거뒀다. 더부쓰는 자회사인 ‘콜드체인’의 매출 80억 원은 포함되지 않은 수치고, 콜드체인의 당기순이익은 약 7억7000만 원이라는 설명이다. 제주맥주는 지난해 전년 대비 매출이 무려 328.59% 증가하며 74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반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7년에 이어 모두 적자를 지속했다. 영업손실이 63억 원이고, 당기순손실이 73억 원으로 업계에서는 최대 손실액이다. 당기순손실은 전년(약 55억 원)대비 적자폭이 약 32% 가량 확대됐다. 제주맥주는 작년 광고 선전비로만 22억 5000만 원, 판매촉진비 12억 원을 사용하며 지출이 늘었다. 대기업 LF가 인수한 인덜지는 판관비(판매비와 관리비)로만 78억7000만 원을 사용했는데, 이 중 인건비를 제외하면 판매촉진비(10억 원)와 판매장려금(7억1000만 원)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매출액은 약 98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3%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44억여원으로 전년(25억원)대비 적자폭이 70% 증가했다. 영업손실도 32억 원이나 됐다.

국내 수제맥주 1세대인 카브루는 작년 56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19.64% 상승, 수익이 올랐고, 당기순이익도 8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이는 전년 대비로는 2.63% 줄어든 수치다. 맥주 숙성조에 여자 연예인의 이름을 붙여 논란이 된 플래티넘은 작년 23억 원 매출을 올리며 전년대비 319.83% 상승했지만 여전히 영업손실 37억 원, 당기순손실 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제맥주 업계는 대기업 주류와 수입 맥주 사이에서 경쟁하다 보니 높은 영업비와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며 인지도를 높이려다가 실적 하락이 지속됐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거대 자본으로 시장을 잠식해왔던 대기업 주류와 수입 브랜드 위주의 ‘종가세’가 ‘종량세’로 바뀌지 않은 것도 업계 실적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국내에선 제조원가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사용하는데, 대기업 주류업체가 수입맥주를 들여오며 수입 신고가를 낮춰 적게 세금을 내다보니 ‘1만원 4~6캔’ 등의 불공정 거래가 이뤄졌다는 주장이다. 결국 국내 수제맥주가 대기업 주류 업체와 제대로 된 경쟁을 하기 위해선 맥주의 양인 1리터당 세금을 매기는 방식인 ‘종량세’로 전환해야 국내 수제맥주 가격도 내리고, 더 질 좋은 맥주를 공급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 소매 판매가 허용돼 숨통이 트였지만 결국은 주류제를 ‘종량세’로 바꿔야 제조원가가 높아 판매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가 살아날 수 있다”며 “이달 말 조세재정연구원이 전체 주류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하는 만큼 종량세 도입 타당성이 받아들여져 국회가 최대한 빨리 제도 개편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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