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에 의한 살인, 미필적 고의 인정…검찰 재수사로 방화 유죄 입증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기소된 정모(24) 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정 씨는 2017년 12월 술에 취한 채 자신이 거주하던 광주의 한 아파트에 불을 내 3남매(당시 4세ㆍ2세ㆍ1세)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정 씨는 술에 만취한 이른바 '블랙아웃' 상태에서 담뱃불을 지져서 끈 이불의 불씨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불이 난 실화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은 정 씨의 진술이 여러 차례 번복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등의 감정 결과 담뱃불로 인한 이불의 불은 자연 소화되는 만큼 라이터로 직접 착화한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술에 취한 사실을 인정되나 범행 내용이나 전후 정황 등에 비춰 볼 때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1, 2심은 "피고인이 최초 발화 지점을 이불로 지목하고 있으나 재질을 고려하면 라이터 등을 이용해 직접 유염착화하는 방법 외에는 발화되기 어렵다"면서 "화재 발생 초기에 쉽게 불을 끌 수 있었을 것으로 보임에도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다"며 방화 혐의를 유죄로 봤다.
이어 "화재로 인해 피해자들이 사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예견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보여 미필적으로나마 살인의 고의도 있었다"고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이번 사건은 애초 경찰이 3남매가 잠자던 작은방 바깥쪽에서 시작된 실화로 보고 중과실치사와 중실화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발화지점이 작은방 안쪽이라는 점 등을 수상하게 여겨 재수사한 결과 방화로 보고 혐의를 바꿔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