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 보고서]'폐광의 유산' 동강시스타, '정치권 악연 끊고' 새출발

입력 2019-05-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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⑨동강시스타, 공공기관 나눠진 지분 탓에 정치권 인사들의 ‘한자리’로 전락

동강(東江)이 꾸불꾸불 지나가는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삼옥리 사지막지구 일대에 폐광의 유산인 리조트가 올라선다. 이 리조트는 공공기관의 지분이 딱 나뉘어 떨어진 까닭에 정치권 윗분들의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나마 버는 돈은 족족 이자 비용으로 쓰다가 10년도 채 버티지 못하고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렸다. ‘시와 별’이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지닌 동강시스타의 사연이다. 정부의 출자로 탄생한 리조트는 이제는 사기업이 되어 ‘지역경제 활성화’와 ‘수익 창출’이라는 이질적인 숙제를 풀어야 한다.

“민간매각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

2018년 10월 18일, 동강시스타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성명서를 내고 최명서 영월군수에게 선거 공약을 지킬 것을 요구했다. 전날 최명서 군수가 갑작스럽게 동강시스타의 매각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동강시스타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방선거 이후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었다.

최 군수가 영월군수 후보로 나선 때, 동강시스타는 영월지역의 최대 경제 현안이었다. 이미 회생법원에 진입한 동강시스타를 자금 지원으로 살릴 것인지, 민간 기업에 매각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후보자들은 분명히 해야 했다. 영월군 주민들의 대부분은 매각을 반대했기 때문에 최 군수를 비롯한 후보들도 선거 공약에 ‘매각’을 쓰지 않았다.

그런 최 군수가 당선 이후 갑작스레 태도를 바꾼 것이다. 앞서 동강시스타의 회생 계획안에는 콘도회원권(장당 2500만 원 상당) 매입대급 65억 원을 영월군이 매입하는 조건을 담았다. 당시 박선규 영월군수는 배임죄 가능성이 있다며 군 차원의 지원을 주저했을 때, 최 군수는 후보자들과 공동성명을 내 회생 계획안을 그대로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래서 비대위는 더더욱 이런 입장 번복을 이해할 수 없었다.

최 군수가 입장을 바꾼 계기는 영월군만으로는 동강시스타를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들어서다. 영월군이 인수하기에는 동강시스타의 몸집이 컸고, 콘도회원권 매입은 ‘배임’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 지원도 국회 예산안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무산됐다. 동강시스타는 모두가 손을 놔버려 총체적 난국에 빠져버렸다.

그가 매각을 결정했을 당시 “정상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지원해야 할 정부, 한국광해관리공단, 강원랜드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현실이 너무나 실망스럽다”라고 밝혔다.

◇ 한 번도 순이익을 낸 적이 없던 ‘동강시스타’ = 이들의 무관심에도 일리는 있다. 동강시스타는 본격적으로 문을 연 2011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기록하지 못했다. 매출이 없지는 않았지만, 분양·운영원가 등 매출원가는 매번 매출을 웃돌았고 막대한 이자까지 계속 불어났다. 정부가 출자한 1000억 원의 출자금도 홀랑 다 까먹은 상황. 동강시스타는 밑 빠진 독이었다.

2018년 12월, 동강시스타는 몸값 265억 원이 책정돼 SM하이플러스에 매각된다. 매각을 주저했다간 파산으로 갈 수도 있었다. 동강시스타는 인수 대금으로 회생채권을 조기 변제했다. 초기 인수금액은 300억 원이 넘었지만, 인수기업이 회원권 일부를 승계함에 따라 금액이 낮아졌다. 유동성 위기의 원인이던 회원권 부채는 2027년으로 상환이 뒤로 미뤄졌다. 이듬해 회생 계획안은 조기 종결 처리됐다.

동강시스타는 강원도 영월지역 폐광의 유산이다. 정선군의 강원랜드처럼 폐광지역 개발지원에 관한 특별법(폐특법)이 설립의 근거였다.

영월 주민들에게 동강시스타는 단순한 리조트가 아니다. 과거 광산이 영월군의 밥줄이었듯 광산이 문을 닫고 그 지원금으로 세워진 리조트도 광산의 명맥을 잇는다. 동강리조트는 영월군 주민을 우대해 채용하며,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강원랜드 마일리지(콤프)도 쓸 수 있다. 이렇게 동강시스타는 지역 주민들과 공생한다.

동강시스타가 매각되면, 주민들 처지에선 혹시나 이런 혜택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려가 현실이 돼도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다. 영월군수 입장에서도 동강시스타 매각은 최선이 아닌 ‘차악’이었다.

◇ 겉모습은 크게, 지원은 적게? = 7년. 동강시스타가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하고 회생법원에 들어가기까지 소요된 시간이다. 기업치고는 망해가는 속도가 굉장히 빨랐던 셈이다. 동강시스타의 미래는 일찍이 예견됐을지도 모른다. 실타래가 꼬인 채로 출범했기 때문이다.

2006년 5월, 동강시스타는 광해방지사업단(39.93%)과 영월군(30.14%), 강원랜드(29.94%)가 동시에 출자해 설립했다. 애초 건립 계획에 짜인 금액의 총액은 1538억 원. 하지만 지금껏 출자된 금액은 1000억 원이 조금 넘는다. 이는 강원도뿐 아니라 쌍용양회공업, 현대시멘트, 아세아시멘트 등 민간 기업까지 총동원한 금액이다.

‘1500억 원’짜리 작품을 설계해놓고 500억 원은 스스로 구해야 했다. 밥을 먹게 해준다면서 식판만 주고 간 꼴이다. 공사에 필요한 금액은 동강시스타가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제공해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으로부터 조달했다. 이 이자는 동강시스타가 빠르게 붕괴하는 데 일조했다. 재무제표에 잡히는 이자 비용만 매년 8억 원에 달했다.

설계도 엉망진창이었다. 리조트가 5개 동으로 나뉘었음에도 중앙난방시스템을 썼다. 겨울에 손님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모든 난방을 가동해야 했다. 한 철 장사만 가능한 ‘스파’는 수도·광열비 폭등의 원인이 됐다. 동강시스타 관계자는 “설립 때부터 리조트에 걸맞은 설계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11일 방문한 강원도 영월군 동강시스타 스파시설.

◇ 정계 진출에 필요한 ‘한 자리’로 전락 = 특히나 동강시스타는 이상한 지분구조를 가졌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공공기관인 광해관리공단과 강원랜드, 영월군이 각각 20% 언저리의 지분을 들고 있었다. 강원랜드의 최대주주가 광해관리공단인 것과 다르게 동강시스타는 주인이 여러 개, 그것도 전부 공공기관이었다. 이런 구조는 낙하산 인사에 더욱 취약하다. 윗선의 입김이 있더라도 ‘한 곳’에서 나왔다면 그나마 문제가 덜했을 것이라고 동강시스타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그저 정계에 진출하기 전, 잠시 몸담다가 떠나는 곳에 불과했다.

‘손절’은 굉장히 빨랐다. 동강시스타의 지분이 100% SM하이플러스로 이동되자 강원랜드는 콤프 지원을 끊어버렸다. 군과 협의 끝에 콤프 사용기간을 올해 말로 연장했지만, 여전히 사용되지 않고 있다. 동강시스타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던 영월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동강시스타와의 사업을 묻는 말에 영월군 관계자는 “딱히 없다”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분이 있었을 때는 제 것처럼 부렸지만 떠나고 나니 남처럼 대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SM하이플러스는 영월군, 강원랜드 등의 협조를 통해 영월지역의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리조트를 약속했다. ‘시와 별’이란 뜻인 ‘시스타’는 직관적인 이름인 ‘리조트’로 변경된다. 앞으로 손님을 맞이할 새 이름은 SM그룹 탑스텐 동강리조트이다.

이제 동강시스타는 민간 기업이다. 그렇다고 수익에만 매몰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설립 취지가 지역 경제에 이바지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과제는 앞으로 동강시스타가 이름을 바꾸며 해결해야 할 첫 번째 숙제로 남았다.

[인터뷰] 김성원 SM그룹 동강시스타 대표 “사업 잘 아는 사람이 운영했어야…”

“건물을 지을 때부터 운용하는 것까지 생각해야 한다. 한 마디로 운영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설계하고 지었어야 했다. 공기업 구조가 다 비슷하다. 자회사가 자꾸 넘어지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사업을 잘 아는 사람이 해야 했다.”

김성원 SM그룹 동강시스타 대표는 11일 강원도 영열군 동강시스타 본사 회의실에서 본지와 만나 ‘동강시스타’가 법정관리로 향한 배경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김성원 대표는 동상시스타가 회생을 종결한 직후 부임했다. 그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는 동강시스타의 경영정상화다.

김 대표는 “전부 만들어 놓고 사후관리를 하지 않았다. (동강시스타는) 구조로 보면 수익이 날 수 없는 데다가 누적 적자는 심해졌다”라며 “사기업이 인수하면 정상화하는 게 1차 과제다. 공기업 운영 체질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판단하기에 동강시스타는 매각이 불가피했다. 그는 “공기업 자회사가 적자인 이유는 안일하게 경영하기 때문이다. 내려오신 분들이 리조트보다는 정치하던 분들이다.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것을 바꿔볼 계획이다. 모범사례가 되도록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대표는 “현재 동강시스타의 인건비 구조는 40%가 넘는다. 이를 무시하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직원을 자르는 게 목적이 아니”라며 “SM그룹으로서는 계열사 직원들의 복리후생 차원에서 휴양소 개념으로도 생각한 것이다. 이왕이면 적자 수준은 면해야 한다는 생각이다”라고 얘기했다.

향후 계획에 대해 그는 3년간의 중·장기 계획을 설명했다. 적자에 허덕이던 제주 골프장을 살린 경험이 있다.

김 대표는 “리조트는 지자체와 주민, 이해관계자가 같이 전략적으로 협업해야 성공한다. 그동안 동강시스타는 협업이 잘 안 됐다”며 “영월은 지리적인 조건이 많이 불리하다. 이걸 개선하는 건 어렵기에 셔틀버스를 운영해 여기로 유도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적자를 개선하는 게 급선무다. 그는 “스파는 200억 원 주고 가동하고 있는데, 거의 무용지물이다. 손님이 없으면 돌리면 돌릴수록 손해다. 한 철 장사가 아니라 겨울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최소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야 한다. 현재로선 투자보다는 기존 설비를 활용하는 방안이 최선”이라며 “동강시스타가 이런 좋은 경치를 가지고 활용을 못 한다는 게 아쉽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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