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곡마을 쪽 4억8000만 원 하던 30평대 매물이 3기 신도시 발표 이후에 호가를 3000만 원 낮췄어요. 킨텍스 사거리에 공급이 집중되면서 구도심 주택시장이 죽을 맛인데 3기 신도시까지 짓는다고 하니 설상가상인 거죠.”
14일 만난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나도 킨텍스 원시티를 분양받은 상태라 살던 집을 지난해 말부터 6억 원에 내놨다”며 “하지만 도저히 팔리지 않아 3000만 원 정도 호가를 내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7일 ‘고양 창릉’, ‘부천 대장’에 3기 신도시를 조성하기로 발표하자 인근 1·2기 신도시 위주로 후폭풍이 거세다. 3기 신도시에 예정된 공급이 지역의 주택 수요를 분산하고, 교통 혼잡 등으로 주거 여건을 악화시킬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실제 일산, 파주 운정, 인천 검단 등 1·2기 신도시 주민 500여 명(경찰 추산)은 “3기 신도시가 지역 슬럼화를 초래한다”며 12일 시위를 벌였다. 이외에도 1기 신도시인 일산 주민은 18일 3기 신도시 전면 철회를 요구하는 규탄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주민의 우려대로 일대 주택시장은 얼어붙고 있다.
먼저 킨텍스 사거리 인근 신축 아파트들도 입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양시를 조정대상지역에 속하게 만들 정도로 가격이 급등한 지역이기 때문에 인근 중개사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올해 2월 입주를 시작한 ‘킨텍스 꿈에그린’(1100가구)은 현재 60% 입주를 마친 상태이며, 3월 입주한 ‘일산 힐스테이트’는 현재 30~40% 입주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3기 신도시 여파로 살던 집을 더 팔기 어렵게 됐으니 잔금 치르기 힘든 가구들이 많아졌다”며 “임대를 내놓을지 입주할지 관망하는 분위기가 심해져 전에 없이 잠잠한 입주장”이라고 말했다. 구축 아파트가 기존의 신축 공급으로 약세장에 빠졌는데 엎친 데 덮친 격 더 좋은 입지에 신규 택지가 발표됐다. 이 여파가 다시 신축 입주장에 악영향을 미친 셈이다. 킨텍스 지구에는 ‘더샵 그라비스타’(1020가구)가 6월, ‘ 킨텍스 원시티’(2208가구)가 8월 입주하는 등 9000여 가구가 더 들어설 예정으로, 입주 난항이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3기 신도시 반발 주민들에 따르면 고양 창릉(3만8000가구)를 포함하면 고양에만 9만 가구가 새로 공급될 예정이다.
3기 신도시 여파로 상대적으로 수요가 많은 신축 아파트도 흔들리고 있다. 일산동구 백석동의 랜드마크 역할 중인 신축 ‘일산 요진와이시티’가 3기 신도시 발표 이후 매물은 증가하고 매수 문의는 감소했다. 인근 중개업소 대표는 “고양 창릉이 신도시로 조성된다는 발표 전까지 매수를 문의해오던 손님들이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며 “매물은 더 나왔는데 아직까지 호가를 내리진 않았다”고 말했다.
2기 신도시 파주 운정은 교통 개발 계획이 3기 신도시에 편중되는 것에 크게 반발하는 분위기다. 당초 계획대로 3호선을 연장해 파주 운정에 연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운정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현재 운정신도시 1·2지구만 해도 인구가 20만 명 가까이 되고 3지구까지 공급을 마치면 35만 명에 이른다”며 “3호선 연장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이를 믿고 운정을 택한 지역민들이 많은데 갑자기 3기 신도시에 교통 호재를 몰아준다 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 삼송지구, 원흥지구 만든다고 했을 때 일산 주민들이 이처럼 반발하지 않았다. 그때는 주택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좋아서 그랬다”며 “지금은 정부가 규제를 계속 퍼부으면서 주택 시장이 침체를 겪는 상황이라 같은 매를 맞아도 더 아픈 상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