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LO 핵심협약 비준·입법 동시 추진…경영계 반발

입력 2019-05-22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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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갑 “정기국회에 동의안 제출”... 여야 입장차로 논의 진통 예상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과 관련해 '결사의 자유 제87호·제98호, 강제노동 제29호'에 대한 국회 비준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강제노동 제105호'는 추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4개 중 3개 협약의 비준과 관련법 개정을 추진한다. ‘선입법 후비준’이라는 원칙을 뒤집고 사실상 선 비준을 추진하는 것으로 노사는 물론 여야의 입장차가 커 논란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비준 4개 핵심협약 중 3개 협약에 대해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호와 제98호, 강제노동 협약 제29호 등 3개의 협약에 대해서는 비준과 관련한 절차를 진행하겠다”며 “헌법상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비준을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와의 협의, 노사 의견수렴 등 관련된 절차를 거쳐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말했다.

ILO는 각국과 맺은 189개 협약 가운데 8개를 핵심 협약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중 차별과 아동 노동을 금지하는 4개 항목만 비준하고, 결사의 자유와 강제 노동 관련 4개 항목은 비준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비준을 추진하는 결사의 자유 협약 제87·98호와 강제노동 협약 제29호 등 3개 협약에 대해 협약 비준에 요구되는 법 개정 및 제도개선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87호)은 ‘노동자는 어떠한 차별도 없이 스스로 선택해 단체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단결권 및 단체교섭협약(98호)은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가입을 이유로 고용 거부 등 차별과 편견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로 노동자는 누구나 원하는 단체에 가입할 수 있고, 이를 이유로 차별 받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강제노동 협약(29호)은 ‘모든 형태의 강제근로를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노동자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강제노동을 시키는 걸 금지하는 제105호 협약은 비준 추진에서 제외했다.

경사노위는 작년 7월부터 사회적 대화를 해왔으나 합의에 실패했다. 노동계는 국제 기준에 맞는 노동권 보장을 위해 ILO 핵심협약을 비준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경영계는 국내 노사관계 현실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며 맞서고 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정부가 이제라도 정기국회를 목표로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한 것은 ILO 핵심협약 비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경영계는 반발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경영계는 향후 정부의 의견수렴 과정과 국회의 논의과정에서 경영계 입장을 충실히 개진하고 협의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우리나라 특수성에 입각해 우리 노사관계를 협력적·타협적·균형적으로 전환시키는 틀을 정립하는 국가 노동개혁 차원에서 이 사안을 다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 논의과정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여야 간 공감대가 전혀 없는 상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김학용 한국당 의원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은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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