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생산성·1인당 국민소득 증가…美 등 선진국도 비슷한 현상
국내총생산(GDP) 10억 원 당 취업자수 감소가 고용 감소나 고용 없는 성장을 뜻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10억 원의 부가가치를 만드는데 더 적은 노동력으로도 충분하다는 의미로, GDP당 취업자수가 감소한 산업에서 성장과 고용이 이뤄졌고 1인당 국민소득도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GDP 10억 원 당 취업자수가 하락하는 고부가가치·신산업의 성장을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4일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GDP당 취업자수 감소와 경제 확대를 통해 소득을 높이고 고용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통신업, 전문과학서비스업과 같이 GDP당 취업자수가 하락하는 고부가가치·신산업의 성장을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경제의 GDP 10억원당 취업자수는 2000년 25.8명에서 2018년 16.8명으로 하락했다. 이는 1인당 노동생산성과 국민소득이 상승했다는 의미로, 실제 1인당 국민소득(실질)은 2000년 1만4989달러에서 2018년 2만6324달러로 상승했다.
우리경제의 GDP 10억 원당 취업자수는 감소했지만 기존산업 확대와 신산업 등장으로 취업자수는 2000년 2100만여 개에서 지난해 2700만여 개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성장 없이 GDP 10억원당 취업자수만 25.8명에서 16.8명으로 줄었다면 취업자수는 2000년 2117만3000명에서 1378만2000명으로 감소해 739만1000명은 일자리를 잃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경연은 주요 선진국 역시 국민소득이 오르고 경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GDP당 취업자수가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천만명 이상인 30-50클럽 6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오르면서 ‘GDP 1백만 달러당 취업자수’가 평균 19.8명에서 11.5명으로 하락했다.
미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1960년대 2만 달러에서 1984년 3만 달러, 1997년 4만 달러, 2007년 5만 달러로 오르며 GDP 100만 달러당 취업자수가 16.5명(1970년)에서 14.2명, 11.6명, 9.7명으로 감소했다.
이탈리아는 1인당 국민소득이 1974년 2만 달러에서 1989년 3만 달러로 오를 때 GDP 100만 달러당 취업자수가 17.1명에서 12.1명으로 하락했다. 이후 GDP 100만 달러당 취업자수는 10명대에서 횡보 중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0년째 3만 달러에 머무르고 있다.
GDP 10억원당 취업자수 감소 업종 중 일자리가 산업평균보다 많이 늘어난 업종은 중화학공업, 정보통신업,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으로 나타났다.
중화학공업은 장치산업이 많아 노동투입은 적고 글로벌 경쟁 심화로 효율화 압력이 크지만,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로 경쟁력을 확보해 산업이 연 3.5% 성장하고 고용이 연 1.6% 늘어났다.
정보통신업은 빅데이터, O2O(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신산업 부상으로 산업이 연 3.8% 성장, 고용이 연 2.8% 증가했다.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은 산업구조 고도화로 R&D, 전문서비스 수요가 늘어 부가가치와 고용이 3.5%, 연 2.7% 증가했다.
반면 GDP 10억원당 취업자수 상승한 음식숙박, 보건·사회복지서비스 는 일자리의 양은 늘었지만 질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GDP 10억원당 취업자수가 하락했다는 것은 노동생산성이 오르고 소득이 상승했다는 뜻”이라며 “걱정할 대상은 GDP 10억원당 취업자수 ‘하락’이 아닌 ‘상승’”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우리보다 먼저 달성한 30-50클럽 6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로 오를 때 GDP 100만 달러당 취업자수가 19.8명에서 11.5명으로 하락했다”라고 덧붙였다.
추 실장은 “GDP 10억원당 취업자수가 낮고 하락하는 산업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산업이 성장해야한다”면서 “고부가가치·신산업 성장을 통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