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영동 여고생 손목 절단 살인사건이 새 국면을 맞이했다.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그알)에서는 영동에서 발생한 여고생 손목 절단 살인사건이 재조명됐다.
지난 2001년 충북 영동군 한 신축 공사장 지하실에서 여고생 정소윤 양이 변사체로 발견됐다. 살해된 정 양은 발견 당시 입고 있던 교복도 흐트러짐 없이 그대로 착용하고 있었으나 양 손목은 전달된 모습이었다. 전문가들은 용의자가 피해자의 손목을 자른 것에 대해서는 자신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분석했다.
정 양이 발견된 곳은 하루의 작업이 끝나면 잠궈버리는 공사 현장이었기 때문에 용의자는 인부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정됐다. 그러나 유의미한 제보가 존재하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결국 해당 사건은 18년째 미제로 남았다.
당시 정 양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액세서리 가게 앞에서 한 남성과 마주쳤다는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이했다.
당시 10살 초등학생이었던 제보자는 "그쪽 골목이 시내 쪽에 볼일 있으면 차를 많이 대는 곳이다. 내가 치과치료를 받고 그 차로 가 있으면 엄마가 나중에 와서 픽업해서 가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제보자는 "차로 가는 중 한 남자가 '화장실 어디냐'라고 초등학생이던 나한테 존댓말로 물어봤었다. 안쪽으로 가보세요, 하니까 어딘지 잘 모르니까 같이 좀 가달라고 했었다. 큰 소리로 거절을 하자 근처 가게에서 사람이 나왔었다"라며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이어 "그렇게 차에 가서 아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다 고개를 들었는데 맞은편 가게 안에서 여자분이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봤던 그 남자도 가게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을 열고 머리만 넣어서 남자가 뭘 물었고 여자분이 가게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같이 이동했다"라고 설명했다.
제보자는 두 사람이 사라진 뒤 여자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금 센 비명 소린데 중간에 끊기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남자가 검은 봉지를 들고 다시 나타난 걸 봤다. 라면이라고 하기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었다. 동그랗고 납작한 느낌"이라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세세하게 전했다.
다음날, 제보자는 비명소리가 마음에 걸려 초등학교 담임 선생님에게 이 사실을 말했지만 선생님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자신도 잊고 지냈다고 말했다.
제보자는 용의자의 인상 착의에 대해 "덩치가 좀 있고 등산가방을 메고 있었다. 브랜드 같은 것은 모르겠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알' 제작진은 제보를 통해 당시 용의자들이었던 공사장 인부들 중 한 명이 제대로 수사되지 않았던 사실을 밝혀냈다. 시간이 오래 경과된 후라 주변 인물을 토대로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은 이름과 나이뿐 이었다.
제작진은 부산역에서 택시로 30분을 가서 김 목수를 만났다는 말에, 30분 거리의 동래구로 가서 인력 사무실을 하나하나 돌아봤다. 그렇게 겨우 김 목수가 사는 곳을 알아낸 제작진은 그의 집을 찾아 인터뷰를 시도했고, 김 목수는 "그때 눈을 다쳐서 내려왔었다"라며 "그때 일했던 형님이 부산에서 '너 가고 나서 사고가 났다'라고 말했었다. 산재기록이 공단에 있을 것이다"라며 자신은 해당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목수는 제작진이 '강간'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았지만 먼저 강간이라는 단어를 말하는가 하면, 해명하는 과정에서 입술 옆이 떨리는 모습을 보이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한편 이날 경찰 관계자들은 '그알' 제작진 협조 요청에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관계자들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모든 사람이 잊고 편하게 사는데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일이 된다", "또 '그것이 알고 싶다'냐", "단서가 있느냐. 범인을 특정할 단서가 있느냐"라며 제작진에 따져 물었다. 충북지방경찰청 미제팀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책임을 회피하기도 했다.
정소윤 양 아버지는 "그냥 교통사고로 죽어도, 병이 아파 죽어도 자식 잃으면 거시기 한데, 이유도 없이 남의 손에 죽임을 당했는데 잊겠느냐. 범인도 못 잡고 있지 않느냐. 범인이라도 잡았으면 벌써 잊어버렸을지도 모른다"라고 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