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서 '박제'되는 내 얼굴…홍보 위해 입장객 사진 올리는 클럽들

입력 2019-07-0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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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클럽은 홍보를 위해 고객의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출처=SNS 캡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사진을 보던 조아윤(29‧가명) 씨는 타인의 계정에서 자신의 사진을 발견했다. 얼마 전 방문한 클럽 앞에서 줄 서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올라가 있었던 것.

클럽 관계자가 자신을 포함, 다수의 여성 사진을 찍어올린 뒤 ‘오늘 물이 좋다’면서 SNS에서 홍보하고 있었지만, 조 씨는 이에 대해 동의한 적이 없었다. 조 씨는 “클럽 관계자가 몰래 사진을 찍고 SNS 홍보에 이용하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불쾌감을 나타냈다.

일부 클럽과 술집이 가게 홍보를 위해 고객의 얼굴과 신체를 무단으로 촬영해 SNS에 올리고 있다. 주 대상은 여성으로, 명백히 초상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클럽과 술집이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촬영해 올리는 것은 ‘남성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여성 고객이 많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야만 남성들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강남의 한 클럽에서 근무하는 최모(30) 씨는 “클럽 수입의 60~70%가 남성이 주문하는 고급 술과 자릿값”이라면서 “여성이 많은 곳에 ‘큰 손’들이 오고 이들이 돈을 많이 쓰기 때문에 일부 클럽들이 여성 고객을 촬영해 홍보에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럽 관계자가 홍보를 위해 올리는 사진에는 여성들의 얼굴이 고스란히 보이고 있다. (출처=SNS 캡처)

문제는 처벌이나 배상 규정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초상권은 자신의 모습이 동의 없이 촬영되거나 공표되지 않을 권리를 뜻한다. 동의를 얻었어도 그 이용이 동의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되었을 경우 초상권이 침해된 것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형법으로 초상권을 보호하는 규정이 없어 ‘초상권을 침해했다’라는 것만으로는 처벌할 수가 없다.

법률사무소 활의 윤예림 변호사는 “유튜버나 연예인처럼 유명인을 촬영해 홍보 목적으로 올렸다면 처벌할 여지가 있다”라면서도 “일반인의 경우, 해당 사진으로 특정 피해가 발생한 것이 아니라면 처벌이나 손해배상 청구가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클럽이 해당 사진으로 매출이 증가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어려워서 속앓이를 할 수밖에 없다. 현재로써는 사진을 찍혔을 때나 SNS 게시물을 발견했을 때, 이를 항의해 지우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초상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와 함께 관련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재용 한국소셜미디어진흥원장은 "해외의 경우 '여기 있는 동안 찍힌 사진은 광고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라고 적어 손님들에게 관련 내용을 인지시켜주고 있다"면서 "한국도 초상권에 대한 인식을 높여 타인을 함부로 촬영하지 말고, 찍힌 사람이 항의할 경우 조처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클럽에 서 있는 사람을 찍은 것도 일종의 '몰카'로 볼 수 있는데 노출이 심하면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다고 판단해 처벌할 수 있지만, 노출이 없으면 이마저도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상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정비하고 동시에 초상권 침해를 받았다고 신고하면 신속히 조사하고 처벌할 수 있는 규정도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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