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우정노조와 우정사업본부 간의 쟁의조정 기한이 7월 5일까지로 추가 연장됐다. 우정사업본부 노사는 이날 오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조가 파업기한으로 내세운 9일 이전에 마지막 쟁의조정에 나섰으나 양측 간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조정기한을 5일로 연장하는 데만 합의했다. 당초 쟁의조정 기한이었던 지난달 26일에서 이날로 연장한 데 이어 두 번째 연장한 것이다.
노조는 5일에도 사측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9일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5일 마지막 교섭에도 실패해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대한민국 우정사업 61년의 최초 파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우편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편 이날 우편물을 받고 배부하는 기능을 하는 전국 24개 우편집중국 소속 비정규직 4100명도 차별과 열악한 처우 개선을 촉구한다는 명목으로 파업에 동참하기로 했다.
◇양측 의견차 좁히지 못해 = 우정노조가 내부적 파업 결정을 내린 이유는 ‘격무’다. 우정노조는 공무원 2만여 명과 비공무원 7000여 명으로 구성된 우정사업본부 내 최대 노조다. 교섭대표 노조 권한을 갖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노동운동이 허용되는 유일한 공무원 노조다.
올 들어 집배원들의 과로사 잇따르자 노조는 처우 개선을 요구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 과로로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집배원은 모두 9명이다. 기수철 우정노조 조사국장은 “지난해 집배원 25명이 사망한 데 이어 올해도 9명이 과로로 숨지는 등 건강권이 심하게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인 원인으로는 ‘겸배’(兼配)가 꼽힌다. 집배원 1명이 휴가를 가면 다른 집배원의 물량이 최대 20%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휴가를 쓸 수 없는 구조라고 노조 측은 설명했다.
집배원들의 근로환경도 악화일로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지난해 우본 노사와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해 구성한 ‘집배원 노동조건 개선 기획추진단’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집배원들의 연평균 노동시간은 2745시간으로 나타났다. 국내 임금노동자 평균(2052시간)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1763시간)보다 월등히 많다. 노조 관계자는 “물량이 집중되는 설과 추석을 앞둔 시기의 노동시간은 주당 68∼70시간에 이른다”며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일과시간에 업무를 끝내기 위해 오히려 노동 강도가 세졌다”고 강조했다.
우정노조는 해결 방안으로 △집배원 증원 △주 52시간제에 따른 임금 보전 △토요일 휴무 등을 요구했지만 우정본부 측은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우정본부는 오히려 집배원 수가 2015년 1만8562명에서 올해 4월 기준 2만256명으로 9.1% 늘어났다는 집계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우정본부는 집배원 1인당 배달물량도 1005통에서 869통으로 13.5%, 연간 노동시간은 2488시간에서 2403시간으로 3.4% 각각 줄었다고 집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당장은 증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우본 자체적으로 임금이나 수당을 올려주기는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택배대란 현실화되나…우본 “여파 최소화 할 것” =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당장 9일부터 전국적 규모의 물류대란이 현실로 다가올 전망이다. 전체 택배 시장에서 우체국 택배가 차지하는 비중은 8% 정도다. 하지만 비중이 낮아도 민간 택배회사가 꺼리는 농어촌, 도서 지역 등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우정노조는 총파업에 들어간 지 2~3일 만에 물류 흐름이 중단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정노조는 집중국의 약 63%가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파업을 하더라도 여파 최소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필수 유지 인력과 위탁 택배기사 등을 통해 물류 배송에 차질을 최소화한다는 게 최우선 방안이다. 우정노조 노조원 3만여 명 중 필수 유지 업무에 필요한 인원은 1만4000명가량이다. 다만 필수 유지 인원이라도 할당된 물량과 관계없이 정시퇴근을 한다. 또 자영업자로 등록된 위탁 택배기사도 고용하고 있다. 우본 관계자는 “위탁 택배기사는 조합원이 아닌 만큼 파업과 관계없고,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필수 유지 인력도 있기 때문에 물류배송이 완전히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