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공개제도, 허술한 심사로 재산축소 공개돼 입법 취지 퇴색
5일 경실련은 부동산시장 안정을 책임지고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국토교통부 소속 1급 이상 공무원을 대상으로 공개된 부동산 가격이 시세를 얼마나 반영하는지 비교ㆍ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신고된 국토부 1급 이상 공무원 3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국토부 및 산하기관’ 1급 이상 30명의 부동산 재산을 분석한 결과 1인당 부동산 신고가액은 평균 12억4607만 원이었지만 시세는 21억5981만 원으로 나타났다. 1인당 신고가액과 시세 차이가 9억1374만 원으로, 신고가액이 시세의 57.7%에 불과했다.
시세 기준으로 부동산 재산이 가장 많은 공직자는 김상균 한국철도시설공단 이사장(118억1160만 원), 박선호 국토교통부 제1차관(70억2460만 원), 박종준 한국철도공사 상임감사위원(56억2146만 원) 순이었다. 상위 5위 공직자 모두 아파트ㆍ주상복합ㆍ상가창고ㆍ전답 등 다량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공시가격의 시세반영률이 아파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주상복합아파트와 상가, 전답 등이 많아 신고가액과 시세의 차액도 비교적 크게 나타났다. 그 밖에 남동균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배우자가 소유한 건물면적 930.8㎡ 상가를 2억7000만 원(건물연면적 기준 74만 원/평)으로 신고했다. 범어동 일대 상가들이 건물 연면적 평당 1000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에 비하면 지나치게 낮은 금액이지만 대지를 전체 중 일부 지분(23.7㎡)만 소유하고 있어서 신고액도 낮았다.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는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증식과 이해 충돌을 방지하고 공정한 공무집행을 위해 도입됐다.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의 재산 공개를 시작으로 본격화돼 지금까지 26년째 이뤄지고 있다.
현재 공직자윤리법 제4조에 따라 4급 이상 공직자는 공시가격 또는 실거래가 기준으로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관보 공개는 1급 이상 공직자로 제한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법과 달리 공시가격 기준으로 신고하고 있다.
공시가격은 통상 시세보다 낮기 때문에 공직자 대부분의 부동산 재산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 경실련의 주장이다.
재산신고 거부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남동균 공항공사 사장 등 국토부 고위공직자 10명이 가족들의 독립생계 유지, 타인부양 등을 이유로 재산 고지를 거부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불공정한 제도로 인해 부정한 재산 증식이 우려되고 공직자 윤리 강화라는 재산 공개의 취지도 훼손되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부는 당장 불공정한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재산을 다시 신고하고 제대로 신고를 했는지 철저히 심사해 정확한 재산 공개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