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한국이 대북 제재 위반 억지 논리 펼쳐…야당은 한일 관계 악화 우려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21일)’가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정부의 대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 수출 규제를 놓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7일(현지시간) 자민당 총수 자격으로 후지TV가 주최한 여야 대표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의 대한국 수출 규제가 정당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이번 조치가 징용공 문제에 대한 보복 조치는 아니다”라면서도 “국가와 국가 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상황에서 무역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라고 반문했다.
사회자가 “이번 조치를 단행한 이유로 북한 등에 대량살상무기 제조로 전용될 것 같은 물질이 흘러들어간 것이 문제였는지”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물어보자 “이 자리에서는 말씀 드릴 게 없어 보류하겠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반면 토론에 참석한 야당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의 수출 규제에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대표는 “수출 관리 관점에서 이런 조치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다”면서도 “좀 더 정당한 대응이었다는 설명을 정부가 하지 않으면 점점 (한일 양국의) 국민 감정 충돌이 심화한다”고 우려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총리의 설명을 잘 모르겠다”며 “한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또 패배할 일이 생긴다면 말도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이 가즈오 공산당 대표는 “정치적 분쟁 해결 지렛대로 무역 문제를 사용하는 것은 금지해야 한다”고 정부 대응을 비판했다. 사민당의 요시카와 하지메 간사장은 아베 총리가 지난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우리나라의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마쓰이 이치로 일본유신회 대표는 “안보 문제라면 미국의 협력을 얻어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인식을 보였다.
다만 자민당의 연립정권 파트너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는 “신뢰 관계가 손상됐다면 인센티브를 제거하는 정부의 행동은 타당하다”고 아베 총리를 옹호했다.
일본인들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에 대해서는 자국 정부 입장을 옹호하는 여론이 강했지만 오히려 아베 총리에 대한 지지율은 떨어졌다. 일본 국민도 수출 규제에 따른 자국 경제 타격을 내심 우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TBS방송 계열사인 재팬뉴스네트워크(JNN)가 8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수출 규제에 대해 ‘합리적’이라는 응답률이 58%에 달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의 24%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아베 내각에 대한 지지율은 58.7%로, 지난달 조사보다 0.4%포인트 낮아졌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을 찾은 이유에 대해 수출규제에 대한 향후 대응을 협의하려는 것이라며 현지 거래처들에 일본 이외 공장에서 제품을 수출해 줄 것을 요청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