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15일 일본 경제산업성에 수출 규제를 철회해달라는 건의서를 전달했다.국제가치 사슬을 교란하는 것은 물론 일본 기업과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등 부정적 영향이 있는 만큼 이번 제재를 철회하고 일본의 대외 이미지·신인도를 높이라는 요청이다.
전경련은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방침을 철회해줄 것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일본 경제산업성에 전달했다”며 “일본은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을 통해 수출규제 품목을 전략물품으로 추가 확대하려는 논의를 진행 중으로, 수출무역관리령이 개정되면 규제품목은 광범위하게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일본 정부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일본 측에 수출규제 방침 철회 이유로 △국제가치사슬 교란 △일본 기업·경제 영향 가능성 △일본의 대외 이미지·신인도 영향 △정경분리 기조 약화 △동아시아 안보 공조체제 불안을 제시했다.
우선 전경련은 이번 수출 규제로 일본-한국-미국·중국·EU로 연결된 가치사슬이 교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ICT 산업은 일본(소재수출)→한국(부품생산)→미·중·EU(제품화)의 가치사슬을 가지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가 적용된 리지스트 등 3개 품목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의 핵심소재로 한국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면 한국 업체 뿐 아니라 글로벌 ICT기업들에도 악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지적이다.
또한 전경련은 대한(對韓) 수출 기업 뿐 아니라 일본 경제·국민에 광범위한 피해을 입힐 수 있다는 점도 일본이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해야 하는 이유로 꼽았다.
한국이 ‘화이트국가’에서 제외돼 전략물품 수출규제가 적용되면 연 2조8000만 엔 규모의 일본 중간재의 한국 수출에 차질이 발생한다. 또한 양국 국민들의 상대국에 대한 감정 악화로 연 851억 달러에 이르는 양국 전체 교역도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전경련 측은 “규제 대상 품목을 생산하는 일본 업체들의 한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최대 85.9%, 에칭가스) 이미 직접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며 “또한 한국산 반도체·디스플레이를 부품으로 사용하는 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의 2차 피해도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방일한국인 수 감소도 예상된다”며 “한국은 일본의 2위 관광국으로 방일한국인 수는 2011년 166만명에서 2018년 754만명으로 4.5배 이상 급증했다”고 덧붙였다.
전경련은 이번 조치로 일본의 대외이미지·신인도 또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경련 측은 “지난 6월 오사카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 공동성명서에서 “자유롭고 공평하며 무차별적이고 투명한 무역과 투자환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며 “일본의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는 지난 65년간 공들여 쌓아온 자유무역의 선도호자라는 일본의 이미지와 신뢰에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전경련은 정경분리 기조 약화와 동아시아 안보 공조체제의 불안도 이번 조치의 부작용으로 제시했다. 전경련은 “정치적 이유로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를 강행할 경우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해온 ‘정경분리’ 기조가 약화돼 양국간 경제교류가 위축될 수 있다”며 “또 역사적 안보 동맹국임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온 안보 동맹국”이라며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이러한 양국간의 안보 공조체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통상문제에 있어 역사적 안보 동맹국이라는 점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