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6일 낸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강화에 대한 국제통상법적 검토' 보고서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GATT 11조는 상품 수출에 허가제 등 수량 제한 제도를 운용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본이 반도체 원자재 수출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수출 허가 방식을 바꾸는 것인 만큼 실제 수출량 감소 등 수출 규제에 따른 인과관계를 제시해야 한다는 게 이 부연구위원의 조언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일본이 국제 여론전에서 '안보'를 들고나올 공산이 크다고 예상했다. GATT 21조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자국의 안보 이익을 위한 조치를 취할 때는 GATT 조항을 위반해도 정당하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은 한국에 수출된 자국산 화학물질 등이 북한으로 유입돼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필수 안보 이익을 진정한 목적으로 삼고 있는 지 따져봐야 한다고 제언한다. 특히 "수출허가 강화가 사실상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조치로서 내지는 우리나라와의 외교·정치적 마찰을 이유로 해 부과되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부적절한 수출 통제 사례'도 공략할 것을 권했다.
다만 이 부연구위원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일본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대일(對日) 수출 제한 등 상응 조치는 경계했다. 그는 "이러한 대응조치는 WTO 체제 내에서는 불법이므로 일본이 한국을 WTO에 제소할 수 있고 일본 측의 추가적인 보복조치를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