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이하 훈민정음 상주본) 소장자로 알려진 배익기(56) 씨가 대법원 판결에도 훈민정음 상주본을 국가에 넘길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배익기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청구이의 소송 상고심에서 배 씨의 청구를 기각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배 씨는 문화재청이 상주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는 민사판결을 근거로 상주본 회수에 나서려 하자 강제집행을 막아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배 씨는 16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소송이) 문화재청에 소유권이 없다는 소유권 무효 확인의 소를 한 게 아니다"라며 '소유권을 따지는 소까지도 할 생각이 있느냐'라는 사회자 질문에 "지금은 새삼 고려를 해야 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1000억 원은 받아야 내가 이 상주본을 내놓을 수 있다는 입장이냐'라는 질문에는 "정당성은 정당성이고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래서 할 수 없이 현실적으로 양보안을 낸 거 아니냐? 그걸 뭐 대대로 집안에 두는 것도 좀 웃기는 일이고. 좋다, 그러면 전문가들이 스스로 내린 판단이니까 한 10분의 1 정도는 나한테 달라 그래서 1000억 원이 나온 건데 그러면 나도 더 이상 따지지 않고 모른 체하고 끝을 낼 생각이 있다"라고 자신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국가가 줄 수 있는 한도가 최대 1억 원이라는 설명에 대해서는 "1억 원이라는 것도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내가 원하는 대로 박물관을 지어도 수십, 수백억이 들어갈지도 모르는 판인데"라고 손을 내저었다.
배 씨는 문화재청과의 소유권 분쟁 과정에서 문화재청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골동품상을 사주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배 씨는 "한글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서부터 국민들이 옛날에 백성들 그렇게 억울한 일 당하지 말고 위로 사정을 알리라고 만든 일인데 그 한글 정신을 위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 억지로 국가 소유로 해야 된다는지 모르겠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배 씨는 송사에서 불리한 정황 때문에 상주본의 소유 여부를 말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상주본이 없어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배 씨는 "거기에 대한 대답만큼은 점점 하기 어려운 상태가 됐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이 강제 집행에 나서고 그게 안 되면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혀가는 일이 있어도 (상주본을)국가에 내놓을 생각이 없느냐'라는 물음에 "그건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냐"라고 되물었다.
한편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은 국보 70호인 해례본 간송본과 같은 판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송본에는 없는 표기와 소리 등에 관한 연구자 주석이 있어 학술 가치가 더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