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풀린 일본계 자금이 1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설 경우 서민들 돈줄이 막힐 거란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현 가능성 없다’며 여신 회수설을 일축했다.
29일 금융감독원이 김종석ㆍ김종훈 의원실에 제출한 ‘일본계 금융사 여신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잔액은 17조4102억 원을 기록했다. 저축은행과 대부업체 전체 여신(76조5468억 원)과 비교하면 4분의 1(22.7%)이 일본계 자금이다.
타 업권과 비교하면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5월 말 기준으로 일본계 은행의 국내 지점 여신은 24조7000억 원이다. 전체 여신의 1.2%(3월 말 기준)밖에 안 된다. 주식과 채권 시장 역시 그 비중이 1~2%에 불과하다.
일본이 금융보복에 나서도 얼마든지 차환이 가능해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숫자로 증명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 부문은 일본 의존도가 높지 않고 대체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이 대출을 줄일 경우 급전을 구하려는 서민들에게 어려움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계가 대주주인 저축은행은 SBI와 JT친애, OSB, JT 등 4곳밖에 안 되지만, SBI가 대출 6조456억 원으로 1위이고 JT친애가 8위, OSB 9위, JT가 18위로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대부업계 역시 최대주주 국적이 일본인 곳은 19곳(6조6755억 원)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업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한다. 실제 지난해부터 ‘철수설’이 나도는 산와머니는 올해 3월부터 신규 대출 없이 기존 여신을 거두고만 있다.
일본의 금융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애꿎은 서민만 등 터진다’는 우려가 나올 만 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이 영업을 축소할 가능성은 작다고 말한다. 영업자금 대부분을 국내에서 조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본계 저축은행과 대부업체가 대출을 중단하거나 회수하더라도 국내 금융회사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며 “기한이익 상실 전 여신 회수가 어렵고, 타당한 사유가 없는 한 만기 연장을 거부하면 건전성이 악화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시장에 떠도는 우려들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 의견도 비슷하다. 차현진 한은 부산본부장은 “저축은행에 투자한 일본계 자금이 일본으로 철수하려면 수신액은 국내 고객에게 갚아야 한다”며 “국내금융시장에서는 대출액이 아니라 ‘대출액-수신액(순신용공여)’ 만큼만 충격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도 저축은행을 폐업하기보다는 국내 인수자에게 매각하게 되므로 저축은행 고객의 충격은 제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