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새우깡 주원료인 꽃새우를 수입산으로 교체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했다. 농심은 서해 오염이 심각해지면서 꽃새우의 품질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기존 군산지역의 꽃새우를 수입산으로 대체하기로 했으나 상생을 위해 품질 확인 후 납품을 재개하기로 했다.
새우깡 사태를 계기로 지역 농수산물을 활용하는 식품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일본 불매운동까지 겹치면서 국산 먹거리에 대한 니즈가 어느 때보다 커진 것도 ‘신토불이’ 식재료를 사용하는 기업에 이목이 쏠린 이유 중 하나다.
농심 새우깡은 연간 300~500t의 군산 꽃새우를 구매해왔다. 이는 전체 군산 꽃새우 생산량의 70%에 달하는 양이다. 새우깡 뿐만 아나라 농심은 너구리에 들어가는 다시마 역시 완도산을 고집한다. 농심 구매하는 완도산 다시마는 연간 400t에 이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산 원재료를 사용한다는 이미지를 활용하면서 지역 농가 소득까지 높여주는 윈윈 전략으로 지역 특산물을 매입하는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국산 원재료 사용으로 식품기업은 국산 식재료를 사용해 신뢰성을 높이고 지역 농어민은 안정적인 판로 확대와 소득 증대를 꾀할 수 있다.
농심은 장수 스낵으로 꼽히는 ‘꿀꽈배기’에도 매년 170여톤의 국내 채집 천연 아카시아꿀을 사용하고 있다. 농심이 매년 사용하는 170여톤의 아카시아꿀은 국내 연간 아카시아꿀 생산량의 25%에 해당한다. 47년간 누적 구매량은 8000톤이 넘는다. 농심이 ‘너구리’ 라면용으로 완도 다시마를 구매해온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1982년 출시 당시부터 올해까지 37년간 농심의 완도 햇다시마 누적 구매량은 약 1만5000톤에 달한다.
오리온 포카칩의 경우 연간 1만 5000톤 가량의 국산 감자를 사용하며, 마켓오 네이처 오!그래놀라, 태양의 맛썬, 치킨팝은 국산 쌀을 사용한다. 오리온은 국산 쌀을 지난해 300여t 활용했으며, 올해 440t까지 물량이 늘 것으로 전망했다.
SPC그룹은 지난해 경남 하동군과 녹차공급 계약을 체결한 후 이를 원료로 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블랜디드 티 브랜드인 ‘티트리’를 론칭하며 하동 녹차를 사용한데 이어 파리바게뜨 하동 말차 빙수, 잠바주스의 하동말차 음료 등을 잇달아 내놨다.
농심켈로그는 30년 이상 충남 서천군의 현미를 구매하고 있다. 1988년 출시한 ‘통곡물 현미’ 시리얼의 원료가 서천군에서 생산된다.
롯데제과가 2012년 3월 지역 한정판으로 선보인 ‘몽쉘 딸기케이크’도 논산딸기가 원재료다. 이 제품은 논산훈련소 인근에서만 판매해오다 구매 요청이 늘면서 판매처를 확대했다.
네이밍부터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점을 강조한 브랜드도 있다. 동원F&B의 보성녹차와 롯데푸드의 의성마늘햄이 대표적이다.
동원F&B는 국내 녹차 시배지 중 하나인 보성과 일찌감치 손잡고 녹차음료 브랜드 ‘보성녹차’를 판매중이다. 동원F&B가 매년 보성지역에서 구입하는 녹찻잎은 10t에 달한다.
롯데푸드의 의성마늘햄 역시 마늘 산지인 의성 마늘을 사용하고 이름 부터 ‘의성’을 담아 신뢰도를 높였다. 쥬스전문점 쥬씨는 건과일 스낵 ‘쥬앤칩스’ 4종 중 사과와 딸기를 각각 경남 합천, 충북에서 구매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애국마케팅이 고조되면서 국산 식재료를 활용한 제품의 인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산 원료가 소량 포함된 제품까지 보이콧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상대적으로 국산 식재료 사용 제품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다”며 “국산 식재료는 단가는 다소 높지만 운송 기간이 짧아 신선도가 높고 청정 지역 이미지까지 누릴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