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불법 도박·거액 빚 이진호, 적용 혐의와 형량은 어떻게 될까요?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친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돈을 다 날려서 당장 갚지 못한다고 합니다. 최근 상습 불법 도박‧사기 혐의를 받는 코미디언 이진호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어떤 법적 문제가 있을지 궁금합니다.

▲ 인터넷 불법 도박 사실을 고백한 코미디언 이진호가 22일 오후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그맨 이진호가 인터넷 불법도박을 했다가 거액의 빚을 진 사실을 스스로 밝혀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어떤 법률적 쟁점이 있는지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와 함께 자세히 짚어봤습니다.

Q. 이진호 논란을 정리하자면

A. 이진호는 사람들에게 ‘어머니 병원비가 급하게 필요하다’는 이유로 수십억 원대의 돈을 빌렸는데, 실제로 돈이 사용된 곳은 인터넷 불법 도박자금이었습니다.

금전대여 목적‧사용 용도와 실제 돈을 사용한 곳이 다른 경우 일명 용도사기에 해당하는지, 만약 대여자들이 불법도박에 사용될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금전을 대여해 준 경우도 사기죄가 적용되는지, 채권자들은 대여해 준 돈을 변제받을 수 있는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빌린 돈을 못 갚으면 사기죄가 되나요.

A. 그렇지는 않습니다. 빌린 돈을 못 갚는다면 상황에 따라 사기죄 성립 여부가 달라집니다. 만약 용도를 거짓말해 돈을 빌리거나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가 됩니다. 피해자로서는 대여금 사용 용도를 알고, 상대방의 변제의사 변제능력이 없음을 알았다면 빌려주지 않았을 것이므로 기망행위에 의한 사기죄가 성립됩니다. 그러나 갚을 의사와 능력이 있었지만, 차용금 변제계획에 문제가 생기게 되어 빌린 돈을 갚지 못하는 사정이 생겼다면 사기죄가 성립할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Q. 이진호가 처음부터 어머니 병원비라고 속인 후 불법도박에 사용했다면 죄가 될까요?

A.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기만행위가 있어야 하며 그 행위에 의해서 피해자에게 착오가 발생하고, 이후 돈을 처분하기까지 총 3가지 주된 구성 요건의 인과관계가 필요합니다.

용도 사기의 경우 용도를 속인 것만으로도 기망행위가 인정됩니다. 원래의 용도를 알았더라면 돈을 주지 아니하였을 것이라는 관계만 인정되면 사기죄가 인정되고, 비록 그 당시에 갚을 의사나 능력이 있었더라도 사기죄가 인정됩니다.

특히 이진호가 빌린 금액이 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5억 원 이상의 재산상 이익이 발생한 경우 적용되는 특정경제가중처벌에관한법률에 따라 처벌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Q. 만약 도박 빚인 줄 알고 빌려줬다면 죄가 되나요?

A. 우리 민법에는 불법도박에 사용할 것임을 알면서 돈을 빌려주는 경우, 즉 불법을 원인으로 교부한 재산은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불법 도박에 쓰일 자금을 대여하는 것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불법이고 무효입니다. 우리 법은 불법을 저지른 자는 보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도박 자금으로 빌려주면 반환받을 수 없습니다.

다만 도박자금을 빌릴 당시에도 변제의사 및 변제능력이 없는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변제하겠다고 거짓말로 기망행위를 하여 도박자금을 빌린 경우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Q. 도박하는 줄 모르고 돈을 빌려줬다면요.

A. 이 경우 용도 사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 갈 때 돈의 용도(사용처)를 특정했음을 채권자(고소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차용증에 용도를 기재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돈을 사용하는 용도 자체에 대해 말한 적이 없다면 용도 사기에 해당하지 않고, 원칙으로 차용 당시 채무자에게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채권자(고소인)이 증명해야 합니다. 채권자는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Q. 이진호에게 예상되는 혐의와 처벌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요?

A. 단순도박은 1000만 원 이하에서 벌금이 선고되는데, 이진호처럼 상습적으로 도박하면 3년 이사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됩니다. 이와 병합되어 사기죄의 경우 피해 금액이 5억 원이 넘는다면 특정경제법에 해당하게 되고, 특정경제법 적용을 받는다면 3년 이상 징역으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픈 말이 있는데요. 일반 사기와 용도 사기는 증명책임 달라지고, 그에 따라 결론도 상이합니다. 돈을 빌려줄 때는 차용증 작성 시 항상 돈을 빌려주는 용도나 명목을 꼭 기재할 것을 추천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남성진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

남성진 변호사는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법제처 등 실무수습을 시작으로 국가인권위원회 현장인권위원 및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현재 수원, 의정부에 있는 법무법인 선율로 대표 변호사로서 형사사건과 이혼사건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