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백색국가 제외] 김현종 “공개적 모욕”…사실상 지소미아 폐기 뜻 밝혀

입력 2019-08-0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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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언급하며 극일…고위급 협의 제안 등 우리측 제안 모두 거절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2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브리핑을 열고 일본이 이날 오전 각의(국무회의)에서 한국을 '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는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백색국가) 한국 배제와 관련해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카쓰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을 언급하며 맞대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또 사실상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하겠다는 뜻도 보였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가치를 공유했던 우리를 안보상의 이유를 핑계로 동 리스트에서 배제한 것은 우리에 대한 공개적인 모욕이라고 할 수 있다”며 “정부는 우리에 대한 신뢰 결여와 안보상의 문제를 제기하는 나라와 과연 민감한 군사정보 공유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를 포함해 앞으로 종합적인 대응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일본의 오늘 결정은 G20 오사카 정상회의 시 일본이 스스로 언급한 자유무역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또 일본의 오늘 조치는 1194개에 달하는 핵심 소재 및 부품에 대한 사실상의 수출규제를 우리에게 가함으로써 한국의 미래 성장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실망스러우며, 양국의 미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진심으로 안타깝고 우려가 된다”고 성토했다.

김 차장은 “우리는 우리의 수출이 증가하면 할수록 일본으로부터 핵심 소재와 부품 수입이 동시에 증가하는 가마우지 경제체제로부터 이제는 탈피해야 한다”며 “만약 20년 전에 일본이 오늘의 조치를 우리에게 취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것이지만 우리는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를 위해 “국내 산업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며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 환경 규제와 노동 규제와 관련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고, R&D(연구·개발) 투자도 대폭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 차장은 “이러한 정책에 관여하는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을 방지하기 위해 이들에 대한 정책감사도 면제해야 한다”며 “우리 기업들이 해외 기술기업에 대한 M&A(인수합병)에 나설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의 우수한 해외 기술인력이 국내로 유입될 수 있도록 정부가 장려책을 시행하는 데도 적극 나설 것”이라며 “대기업은 상생 차원에서 우리 중소기업 제품들을 더 많이 구매해주고, 역량을 갖춘 부품·소재 중소기업들이 성장하여 기술 독립을 이룰 수 있도록 상생의 환경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러한 조치들은 국내 기업들로 하여금 핵심 소재 및 부품 분야에 대한 신규투자에 있어 안정성과 예측가능성이라는 확신을 주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대기업, 중소기업, 그리고 국민과 힘을 합쳐 이번 위기를 일본에 대한 가마우지 경제체제의 고리를 끊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의지를 나타냈다.

▲서울 강남구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조치에 대한 항의 표시로 테헤란로, 영동대로, 로데오거리 일대 만국기 중 일장기를 철거하고있다.(연합뉴스)
특히 김 차장은 “임오군란, 갑신정변, 청일전쟁, 아관파천, 카쓰라-태프트 밀약, 을사늑약, 한일강제병합 등 어려운 상황들을 극복한 국가로서 이제 우리는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과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동시에 실현한 세계 최초의 국가로 우뚝 섰다”며 “오늘 우리가 직면한 위기도 충분히 극복해 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또 “우리가 이룬 성취를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우리 기업들 간 상생 생태계 구축을 통한 기술 발전을 이루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김 차장은 경제안보 역량을 키워야 한다면서 “일본은 우리의 평화프로세스 구축 과정에서 도움보다는 장애를 조성했다”며 “북한과의 대화와 협력이 진행되는 와중에서도 제재·압박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는가 하면,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 국민의 전시대피 연습을 주장하는 등 긴장을 조성하기도 했다. 초계기 사건에서 보듯이 일본은 한일 간 협력을 저해하는 환경을 조성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또 김 차장은 “강제징용 문제 등 일본과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일본에 대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제의했으나 일본은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대해 번번이 사실 왜곡과 거부로 일관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미측 중재안인 한미일 고위급협의 개최에 대해서도 일본이 거절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차장은 “일측이 문제 삼은 한일 양국의 수출통제 제도의 국제기구 검증 제안(7.12)에 대해서도 일측은 거부했다”며 “산자부-경산성 담당 국장간 협의 요청(7.16)도, WTO 일반이사회에서의 수석대표간 1:1 대화 제안(7.24)에 이어 RCEP 장관회담 제안(7.27) 등 수출통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 제의에도 일본은 일절 응하지 않았다”고 공개했다.

대일 특사파견과 관련해 김 차장은 “우리 측 요청에 따라 이미 우리 정부 고위 인사의 파견은 7월 중 두 차례 있었다”며 미국 측의 현상동결합의 방안, 우리 측의 양국 간 수출통제협의 개최 제안 등 모두 거부했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이러한 우리의 지속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본은 양국 간 신뢰 관계 손상, 전략물자 밀반출, 수출규제 관리 등 이유를 계속 바꾸어 가며, 결국 오늘 백색국가에서 우리를 배제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부연했다.

김 차장은 “윈스턴 처칠은 생전에 ‘싸워본 나라는 다시 일어나도, 싸우지도 않고 항복한 나라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라는 말을 남겼다”며 일본과 맞대응하겠다는 청와대의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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