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하루 3개 중앙은행 파격 금리인하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리인하 도미노 현상이 가파라지고 있다. 특히 무역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동남아가 파격적인 금리인하에 나섰다.
7일(현지시간) 하루에만 인도(-0.35%p) 뉴질랜드(-0.5%p) 태국(-0.25%p)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3개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인하폭도 예상을 뛰어넘었다. 기준금리를 낮출 때 통상 0.25%p씩 조정하는 이른바 ‘베이비 스텝(baby step)’ 관행이 깨졌다는 분석이다.
인도중앙은행(RBI) 통화정책위원회(MPC)는 기준금리를 5.75%에서 5.4%로 0.35%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2010년 이후 최저치다. 이로써 인도는 올해 2월, 4월, 6월에 이어 이번까지 올해 들어 네 차례 금리를 인하했다. 앞선 세 차례 모두 0.25%p씩 인하했지만 이번엔 인하 폭이 더 커졌다. 앞서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 40명을 대상으로 인도 기준금리 인하 정도를 조사한 결과 단 한 명만이 이같은 인하 수준을 예측했을 정도다.
RBI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세계 경제 둔화와 글로벌 무역전쟁 고조로 국내 경제 활동이 지속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며 “민간 투자 활성화 등 수요 진작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RBNZ)은 더 나아갔다. RBNZ는 이날 통화정책위원회를 연 후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1.0%로 0.5%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해 시장을 놀라게 했다. 뉴질랜드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하한 것은 201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대다수 경제학자가 0.25%포인트 인하를 점쳤다며 0.5%포인트 인하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에이드리언 오어 RBNZ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미중 전쟁과 브렉시트 불확실성 탓에 경제성장 걸림돌이 커졌다”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하고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마이너스 금리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태국 중앙은행(BOT)도 전문가들의 동결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1.75%에서 1.50%로 0.25%포인트 낮췄다. 4년여 만에 첫 기준금리 인하다.
앞서 BOT는 가계부채와 금융불안을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론에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최근 몇달간 미중 무역갈등 고조로 태국 경제전망이 급격히 악화하자 정책기조 전환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동남아가 금리인하에 앞다퉈 나선 배경으로 세계적인 공급체인 거점으로 급성장하면서 미중 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을 들었다.
앞서 말레이시아,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각각 금리인하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급격한 금리인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에 남은 실탄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현명하게 활용해야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