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고 수출 규제 조치에 나서자 서울시는 7일 ‘서울 관광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은 △한·중 관계 개선에 따른 중국 관광시장 활성화 △관광시장 다변화 △관광마케팅 확대 △영세 관광업계 금융 지원 등의 내용이다.
하지만 서울시는 ‘관광시장 다변화’를 한차례 실패한 바 있다. 2017년 사드 보복 때다. 한국의 사드 배치 발표 후 중국 정부가 한국 여행 금지령을 내리자 서울시는 곧바로 ‘서울관광 특별대책’을 내놨다. △관광업계 자금·일자리 지원 △동남아시아 등 관광시장 다변화 △할인 프로모션 실시 △국내관광 활성화 등 대책으로 이번과 큰 차이는 없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당시 “중국에 편중된 관광시장을 동남아 국가로 다변화하고 아세안 도시와 협력을 늘릴 것”이라며 동남아 관광객 유치를 위한 순방길에 올랐다.
이후 관광시장은 정말 다변화됐을까. 한국관광공사의 2017~2019년 6월 한국관광통계에 따르면 서울을 방문한 동남아 8개국 관광객(상반기 기준)은 2017년 141만 명, 2018년 162만 명, 2019년 175만 명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중국 관광객은 178만 명(2017), 172만 명(2018), 223만 명(2019), 일본 관광객은 87만 명, 104만 명, 131만 명으로 동남아보다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전체 관광객에서 동남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26.5%에서 2018년 28.2%로 반짝 상승했다가 2019년 26.2%로 떨어졌다. 중국 관광객은 33.4%(2017), 30.1%(2018), 33.2%(2019)로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일본 관광객은 16.4%, 18.1%, 19.6%로 지속 상승 중이다. 이는 오히려 2017년 한한령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었다가 회복됐다는 사실을, 다변화는 커녕 중·일 쏠림 현상이 심화하는 관광 실태를 방증한다.
중국 관광객이 이미 3명 중 1명 꼴인데 중국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다변화인지도 의문이다. 중국과 마찰이 생기면 동남아를 찾고, 일본과 갈등을 빚을 땐 중국을 잡는 ‘돌려막기 정책’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년 전 관광 체질을 바꾸겠다고 했지만 홍보대사만 레드벨벳에서 방탄소년단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금동아줄, 은동아줄을 선택하는 게 ‘유연한 대처’가 아니다. 만약 사드·일본 경제 보복, 주한미군 등 굵직한 이슈가 동시다발로 터지면? 발빠른 대책보다는 깊이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