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본부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통상추진위원회를 열고 신규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유지 등 통상 현안을 점검했다. 그는 일본의 수출 규제에 맞서기 위한 신흥국 등과의 통상 공조를 특히 강조했다.
이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FTA는 타결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의 방한(訪韓) 이후 한-이스라엘 양국이 마지막 쟁점이던 팔레스타인 영역 규정에서 접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기존 주장에서 물러나 한국 요구대로 팔레스타인을 FTA 효력 범위에서 제외하기로 양보했다는 게 통상 당국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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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본부장은 "일본 수출규제로 기술 자립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시점에서 바이오, 정보통신, 항공우주 등 첨단산업에 강점을 보유하고 스타트업의 천국으로 불리는 이스라엘과의 FTA를 통해 소재‧부품‧장비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간 기술협력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신남방 3국과의 양자 FTA에도 연내 타결을 목표로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한국과 이들 3국 사이 교역액은 548억 달러에 이른다. 통상 당국은 이들 나라와의 양자 FTA가 신흥 시장에서 경쟁국보다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 본부장도 수출 시장 다변화와 신남방 정책 가속화를 강조하며 관계부처의 관심을 주문했다.
이번 회의에선 WTO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는 미국 요구에 대한 대응 방안도 논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회원국 △1인당 국민소득 1만2056달러 이상 국가 △세계 상품 교역의 0.5% 이상을 차지하는 나라 등은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네 가지 조건 중 한 가지라도 해당하는 나라는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모두 33개국이지만 이들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나라는 한국뿐이어서 한국도 안심할 수 없다.
WTO 협정상 개도국은 보조금과 관세 제도 등을 운영할 때 선진국의 3분의 2만 이행하면 되지만, 개도국 지위를 잃으면 차기 협상에서 이를 선진국 수준으로 환원해야 한다. 정부는 농림축산식품부를 중심으로 대응 논리를 마련 중이지만 마땅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처에선 무리하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는 건 국제무대에서 협상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이견도 나오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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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WTO 내 논의 동향과 개도국 지위 유지ㆍ포기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 등을 점검해 대응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유 본부장은 "WTO 개도국 지위 등 주요 통상현안에 대해서는 관계부처가 긴밀히 협력하여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