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한일 부품·소재 기업 분석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의 연구개발(R&D) 경쟁력이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일본 수출 규제로 화두로 떠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화학소재 기업만 두고 볼 때 평균 R&D 지출액은 무려 41배나 일본 기업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경제연구원이 한국과 일본의 부품·소재 기업 1만117개(한국 2787개, 일본 7330개)를 분석한 결과, 한국 핵심 부품·소재 기업의 R&D 지출액이 일본기업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은 소재부문 5개 품목 중 3개, 부품부문 6개 품목 중 3개에서 한국기업보다 높았다.
소재부문에서 일본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은 한국기업에 비해 1.6배에 이르렀다. 세부 품목별로는 1차금속 제품이 5.3배, 섬유가 5.1배, 화합물 및 화학제품이 3.1배 순이었다.
부품부문에서는 반도체 착시효과로 인해일본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이 한국기업의 4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부품에서 한국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이 일본기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컸다. 전자부품에서 한국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은 일본기업의 8.2배에 달했다.
그러나 다른 품목을 보면 정밀기기부품은 일본기업의 평균 R&D 지출액이 한국기업에 비해 7.0배, 수송기계부품은 2.3배, 전기장비부품은 2.0배 컸다.
반도체를 제외하면 부품 부문에서 일본기업의 평균 R&D 지출이 한국기업 보다 1.6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자부품에서 반도체를 제외할 경우 한국 전자부품 기업의 평균 R&D 지출이 97% 가까이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반도체를 포함할 경우 일본 전자부품 기업의 R&D 지출이 한국기업에 비해 낮았으나, 반도체 제외시 일본의 R&D 지출이 3.7배 높은 상태로 반전하였다. 한경연은 전자 부품 품목에서 반도체 착시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됐던 반도체·디스플레이 화학소재 기업들만 분석한 결과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화학소재 기업의 평균 R&D지출액은 한국기업에 비해 무려 40.9배 높았다. 평균 R&D 지출뿐만 아니라 평균 매출(17.9배), 평균 당기순이익(23.3배), 평균 자산(20.5배) 등 주요 재무 항목도 큰 차이를 보였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한국의 부품·소재 산업은 반도체 쏠림이 심한 반면 화학이나 정밀부품 등 다른 핵심 소재·부품에서는 갈 길이 멀다”라며 “우리에게 부족한 핵심 부품·소재 R&D에 대한 꾸준한 지원과 화평법, 화관법 등 화학물질 관련 규제 및 노동 관련 규제의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