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 ‘망 비용구조(인터넷 상호접속제도)’ 개선 요구
통신사 “무임승차가 문제” 망 사용료 현실화 주장
인터넷망 사용료를 두고 국내 통신 사업자와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 등 콘텐츠사업자(CP)의 갈등이 심화되는 모양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리하자 국내외 CP들의 망 비용구조(인터넷 상호접속제도) 개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에 대해 통신사들은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고 있는 CP들이 통신망으로 얻는 혜택이 커지고 있는 만큼 합당한 망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맞섰다.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로 구성된 한국통신사업자협회(KTOA, 이하 통신 3사)는 28일 성명서를 통해 내고 최근 방통위를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한 판결에 행정법원의 판단은 망 이용대가 지급 여부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면서 CP들의 망 사용료가 현실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신 3사는 “페이스북이 통신사와의 인터넷망 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고 비용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하고 그로 인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 방통위가 적용한 제재근거가 미흡하다고 판결한 것“이라며 “행정법원은 추가적인 입법을 통해 명확한 제재수단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CP들이 문제삼고 있는 현행 인터넷 상호접속 제도는 문제가 없고, 오히려 CP들의 망 무임승차를 지적하면서 망 이용대가의 현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논란의 핵심은 망 비용 증가가 아니라 일부 극소수 대형 글로벌CP의 망 비용 회피라고 꼬집었다.
통신 3사는 “극소수 대형 글로벌 CP는 전체 트래픽의 30~40%를 점유하고 막대한 수익을 챙기면서도 망 비용을 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은 이용자에게 전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트래픽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트래픽을 많이 유발하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통신요금 인상 등 이용자의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통신사와 CP의 공동 성장을 위해 혜택에 맞게 망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통신 3사는 국내·외 CP가 부담하는 망 비용 규모를 공개해 소모적인 논쟁을 종결하자고 제안했다.
앞서 지난 22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는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인 페이스북의 승소로 판결했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서버 접속 경로를 임의로 바꿔 접속 속도를 떨어뜨렸다며 지난해 3월 과징금 3억9600만 원을 물렸지만, 페이스북은 ‘비용 절감 등 사업 전략의 하나로, 이용자 피해를 유발할 의도가 없었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년 3개월여 동안의 심리 끝에 1심 선고에서 결국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 준 것.
페이스북이 승리한 이후, CP들은 연일 인터넷 상호접속제도 개선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16년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 고시, 이른바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해 통신사끼리 망 사용료를 부담하지 않는 원칙을 폐기하고 종량제 방식의 상호 접속료를 내도록 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인 페이스북의 속도 저하도 상호접속고시 개정이 발단이 됐다. 페이스북 트래픽이 많은 KT가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거액의 접속료를 줘야 하는 상황이 됐고, 이는 곧 페이스북 부담으로 돌아왔다.
이에 대해 CP들은 “정부는 세계에서 유례없이 통신사 간 상호정산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통신사가 IT 기업의 망 비용을 지속해서 상승시킬 수 있는 우월적 지위를 고착화한 것”이라며 “망 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망 이용대가 개선을 요구했다.
또 “그동안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사는 국내외 CP 간 역차별이 문제라고 주장해왔다”며 “물론 규제 이슈 등에서 국내 CP에게 불리한 지점은 존재하지만, 논란이 되는 망 비용 문제에서 핵심은 망 비용의 지속적 증가와 이를 부추기는 상호접속고시”라고 거듭 강조했다. 페이스북도 27일 간담회를 열고 정부가 추진하는 ‘인터넷망 사용료 가이드라인’ 제정 움직임에 반대했다. 통신사와 CP들의 망 사용료 계약은 기존처럼 민간 자율로 진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