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
사람을 붕어로 간주할 때 서울 시내 지하철 환승역에서 어느 지점이 가장 입질이 많을까 하고 분석한 낚시 애호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사람을 물고기로 비유하여 다소 식상하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여하튼 많은 사람들이 명동이나 광화문 역을 예상하였지만 서울에서 가장 입질이 많은 자리는 환승역으로 고속터미널, 신도림역이라고 적었다. 이곳을 지나는 통행객이 많으므로 입질이 좋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많은 붕어가 있더라도 입맛에 맞게 낚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 과학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현대 과학의 총아인 유전자 공학이 낚시꾼들의 꿈을 이루어줄지 모른다. 민물에서만 사는 붕어를 바다에서도 살 수 있게 만들면 월척 붕어를 바다에서도 낚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물고기가 바다에서 살 수 없는 이유, 즉 바닷고기가 민물에서 살 수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짠물과 민물의 차이인 삼투압 때문이다. 삼투압은 농도가 묽은 용액이 농도가 진한 용액으로 농도가 같아질 때까지 이동하는 현상이다. 말하자면 바닷고기 몸 조직의 염도는 1.5%인 데 반하여 해수의 염도는 3.5%이므로 세포 속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 나중에는 탈수상태가 된다. 그런데도 바닷고기가 짠 바다 속에서 살 수 있는 것은 바닷물고기는 아가미에 염분을 걸러내는 특별한 세포가 있어서 짠 바닷물을 마시면 소금기는 밖으로 내보내고 몸속에는 맹물만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바닷고기를 염분 농도가 낮은 민물에 넣으면 민물이 물고기의 피부를 뚫고 들어오므로 살 수 없는데,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민물고기를 바다에 풀어놓으면 체액 농도가 바닷물보다 낮기 때문에 체액이 밖으로 빠져나와 곧바로 죽는다.
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이 절대적 삼투압 영향에 예외가 있는 생물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회귀성 물고기는 민물과 짠물에서 모두 살 수 있다. 연어는 자신이 태어난 민물로 다시 돌아와 알을 낳고 일생을 마친다. 반면에 뱀장어는 거꾸로 민물에서 성장한 다음 먼 바다에서 새끼를 낳은 후 죽는다.
유전자 분야의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자 학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다. 이종이식(異種移植)으로 민물과 짠물의 경계를 허물자는 것이다. 한마디로 붕어 등 민물고기를 바다와 민물 양쪽에서 모두 살 수 있는 새로운 물고기, 즉 바닷물과 민물에 적응하는 체질의 물고기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 이종이식은 매우 어려운 문제점을 갖고 있다. 가령 쥐나 닭, 돼지나 원숭이를 교배시킨다면 두 동물의 계통적 거리가 워낙 멀기 때문에 자연교배가 불가능하다. 인공수정을 억지로 시킨다고 해도 유전적 차이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수정란이 금방 죽어버린다. 학자들은 노새(암말과 수나귀), 라이거(암호랑이와 숫사자), 타이온(암사자와 수호랑이)이 태어난다는 데 착안했다. 이종교배한 두 동물이 같은 속(屬)에 속하면 가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자들은 어류나 양서류의 경우 이종 간 잡종이 비교적 포유류보다 쉽다는 것을 발견했다. 일본 도쿄대 다케우치 야타카 박사는 회귀성 물고기인 연어와 민물 물고기인 송어가 같은 속이라는 것에 착안하여 연어를 대리모로 이용해 송어 알을 낳게 하는 데 성공했다. 그의 연구는 짠물에서 살 수 있는 연어와 민물에서 살고 있는 송어를 접목시켰다는 데 더욱 중요성이 있다.
바다와 민물에서 살 수 있는 물고기의 종류가 늘어난다면 어족 고갈에 따른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그런데 민물고기인 붕어 등을 회귀성 물고기로 만들려는 이유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 회귀성 물고기들은 일반적으로 맛이 좋고 영양가가 많다는 점이다. 뱀장어와 연어를 연상하면 된다. 물론 현재와 같이 민물 붕어의 희귀성이 사라지면 낚시꾼들의 폭발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현대 과학기술은 이런 장벽을 허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데 매력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