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심한 서비스는 다소 아쉬워
지방 갈 일이 있는데 일정에 따른 동선이 생각보다 복잡했다. 당초 대중교통을 이용하려 했으나 번거롭고 시간도 많이 걸릴 거 같아 차를 빌리고 싶던 차에 카 셰어링 서비스 업체 그린카의 시승 제의가 들어왔다.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린카는 2011년 국내에 카 셰어링 서비스라는 개념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고 평가받는 회사다. 경쟁사 ‘ㅆ’와 카셰어링 업계의 양대산맥이다. 물론 업력은 그린카가 조금더 오래됐다. 가히 국내 카셰어링 ‘원조집’이라 할 수 있겠다.
3일간 그린카의 차량을 이용해 본 후 든 생각은 ‘렌터카보다 싸고 쓰기 편하다’ 로 요약됐다. 물론 세심한 서비스라는 요소를 감안했을 때는 약간의 아쉬움도 있지만 젊은 층에게는 선택에 큰 고민거리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기자는 앞으로도 쿨하게 그린카를 택할 것같다. 젊기 때문이다.(기자는 70년대 생이다. 근거 없는 자신감 아니다.)
사용을 위해 지정된 장소(그린존)으로 가니 다양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빌리기로 한 차보다 ‘좋은 차’도 있다. ‘저걸 타도 될까’ 라는 공허한 욕심이 고개를 든다. 오바다.
차량 탑승전 ‘기스’로 불리는 긁힌 흔적, 파손 부위등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탑승전 점검은 렌터카와 비슷하다. 눈에 불을키고 살피지 않으면 나중에 나와는 관계없는 타인이 낸 흔적을 수리해줘야 하는 얄궂은 운명을 만날 수 있다.
순간 ‘시승기 쓰러 온 거니 스크래치 생겨도 물어내라고 하지는 않겠지’라는 '근자감'이 고개를 들지만 이내 ‘현자타임’이 온다. 본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자동차 제조사 ‘H’사의 대형세단을 예약했다. 이럴 때 아니면 좀처럼 타볼 수 있을 거 같지 않아서다.
카 셰어링의 특징은 1시간이건 일주일이건 원하는 시간만큼 차를 빌리고 요금을 내는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차를 받고 원하는 장소에 두면 다음 이용자가 그 장소로 가서 차를 빌리는 시스템이다.
사용자의 대부분은 20~30대다. 단시간 차를 쓸 목적으로 빌리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길게 대여하지는 않는다. 이런 관계로 차량의 상태는 아주 양호했다. 거의 새 차 수준이다. 신차 특유의 ‘체취’가 짙게 풍겨 아찔하다. 멀미가 날 정도다.
그린카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비용으로 양질의 차량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주머니가 가벼운 기자를 포함한(재차 강조한다) 젊은 층들에게 특히 매력적인 부분이다. 기자의 3일간 총 주행거리는 약 220㎞정도로 산정됐다. 대여료 30만4940원에 1㎞당 주행료가 대여료 이외에 추가로 과금된다. 주행요금 6만440원을 합해 총 36만5380원이다. 같은 기간 렌터카 전문업체들의 비용은 45~51만 원까지 다양하다. 차량 내부에 비치된 주유 카드로 기름을 넣고 하이패스로 톨게이트 통과비용을 정산한다. 이는 렌터카를 빌려도 동일해 가격산정에는 포함 안시켰다.
가격이 싼 대신 청소상태나 차량관리가 상대적으로 미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물론 기자가 탈 때 내부가 깨끗했던 차는 분명 더 청소상태가 나빠졌다. 기분탓이겠지. 빌릴 때와 마찬가지로 반납할 때도 미리 정해놓은 자리에 갖다놓으면 끝난다.
차는 당연히 잘나간다. 기자 소유의 차량보다 무려 배기량이 800㏄나 크니 당연하다. 그 밖에 불만이 없고 아주 만족스럽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계열의 렌터카 회사를 모회사로 둔 덕에 양질의 차량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차량상태가 무엇보다 훌륭했다. 심지어는 빌린 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자동차제조사 ‘H’사에게는 판매 증진책일 수도 있겠다. 이를 노린 양 사의 음모는 아니겠지.
하지만 서비스 이용차원에서는 조금 더 다양한 옵션이 있길 바라는 것도 사실이다. 일단 가족단위 이용객 특히 유아가 동반되는 이용자들에게 필수인 카시트를 빌릴 수가 없었다. 덕분에 카시트를 짊어지고 가서 장착을 해야했던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애 있는 집은 카셰어링에 적합하지 않은가보다.
또 평소보다 핸드폰 배터리 잔량에 지나치게 신경이 곤두서는 의도치 않은 ‘각성효과’가 발생한다. 차량 이용시 키를 별도로 지급받지 않기 때문에 그린카 애플리케이션을 연동해 차량의 문을 잠그고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할 수도 있지만 핸드폰이 작동이 안 될 경우 큰 낭패를 겪을 수 있는 ‘양날의 검’이라 하겠다. 실제로 기자는 핸드폰 전원이 꺼진 것을 잊고 차량앞에서 문이 열리지 않아 망연자실 하기도 했다. 결국 인근 커피숍에서 핸드폰 충전을 하느라 짧지 않은 시간의 ‘강제 티타임’을 즐겨야 했다. 충전을 위한 케이블을 상시 구비하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