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렉트릭, 고강도 자구안은 일회성…관건은 이익 회복

현대일렉트릭이 고강도 자구안을 발표하며 시장에 충격을 안긴 가운데 실적 개선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장의 재무구조는 개선될 수 있지만 실적이 전제되지 않으면 자구안의 효과는 단발에 그칠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일렉트릭은 대규모 유상증자와 자산매각 등이 포함된 고강도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앞서 16일에는 1500억 원 규모 유상증자 발표와 함께, 용인 마북리 연구소 용지와 울산공장 내 신설 공장용지 등 추가 자산 매각으로 1500억 원을 확보하는 계획을 이사회에서 의결했다.

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옛 현대중공업에서 전동ㆍ발전기 및 전기 변환ㆍ공급ㆍ제어 장치 제조 부문이 인적 분할돼 설립된 기업이다. 주력제품은 전력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이다. 설립 첫해 1조4000억 원대 매출에 624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2018년에는 매출이 1조9494억 원으로 늘었지만 1006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실적이 급격히 저하됐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악화해 상반기 매출은 8231억 원으로 작년보다 12.2% 줄었고, 작년 한 해 손실을 훌쩍 넘는 112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경영 과정에서 발생한 채무들과 외부에서의 차입 조달 등으로 부채는 늘어난 반면 2년간 2900억 원에 육박하는 순손실로 자본총계가 줄면서 재무구조도 흔들렸다. 설립 첫해 부채비율은 101.4%였지만 올 상반기 214.3%로 껑충 뛰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24.7%에서 40.7%로 두 배가량 늘어난 상태다.

회사는 이번 자구안으로 마련하는 3000억 원가량을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에 주로 사용할 계획이다. 아울러 부서 통폐합과 유휴인력 감축, 임원 축소 등 비용 절감 등으로 연간 500억 원 수준을 절약한다는 구상이다. 개선안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부채비율은 150% 아래로, 차입금의존도는 30%대 초반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 김동혁 수석연구원은 “이번 자구계획이 이행될 경우 상당한 수준의 재무구조 개선이 기대된다”며 “그러나 자구계획이 신인도 하향 압력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할 전망으로, 영업실적 개선이 전제되지 않으면 재무지표는 다시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이동헌 연구원은 “예상보다 더딘 업황에 작년부터 반영된 각종 일회성 비용으로 올해에도 대규모 적자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국내 대형 전력기기 업체는 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이 유일해 에너지 정책상 없어질 수 없으며, 실적 개선이나 일회성 비용 종료 등의 확인이 필요하고 오는 4분기가 손익분기점 시점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