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대선주자 1위 바이든 공격에 중도파 인사들도 입장 바꿔…뮬러 특검 조사 결과도 영향
미국 제1 야당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변심했다. 그동안은 미국민의 분열을 우려해 대통령 탄핵에 신중했으나 ‘우크라이나 의혹’을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를 개시하기로 한 것이다. 펠로시가 칼을 빼들게 한 우크라이나 의혹을 둘러싼 쟁점을 짚어본다.
◇이전투구도 불사=그동안 펠로시 의장을 포함해 민주당 중도파 인사들은 트럼프 탄핵으로 정국이 혼란에 빠지면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이 패배하는 것은 물론 하원 다수당 지위도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를 보여 왔다. 탄핵 논란으로 정치권이 이전투구(泥田鬪狗) 양상을 보이면 국민과 밀접한 경제정책 추진이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지지자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그러나 2020년 대선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바이든이 우크라이나 의혹의 중심에 서게 되자 트럼프를 공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트럼프 탄핵 추진에 완강히 반대했던 인사들도 찬성으로 돌아섰다고 영국 BBC는 전했다.
◇의혹의 중심에 선 민주당 대선주자=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미국의 군사 지원에 대한 보답으로 2020년 대선의 유력 후보인 바이든 전 부통령의 아들 헌터에 대한 조사를 의뢰했다고 보도됐다. 바이든의 아들은 우크라이나 가스회사에서 임원을 지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바이든에게 불리한 정보를 캐내 대통령 재선을 겨냥해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바이든은 “권력 남용”이라며 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바이든을 둘러싼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바이든 개인은 물론 민주당에도 치명상을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가 요구한 조사는 바이든이 부통령 재직 시절인 2016년 초 우크라이나 측에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약 1조1950억 원)에 달하는 미국 대출 보증을 보류하겠다고 위협했다는 주장과 관련됐다. 당시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바이든 아들 헌터가 근무하던 가스회사를 수사 선상에 올렸었다.
◇트럼프 탄핵, 실현 가능성은?=미국 헌법은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회 장치로 탄핵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는 의회가 대통령의 범죄 혐의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기소하고 재판도 열어 사실상 유죄 무죄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미국 건국 이후 탄핵 심리에 회부된 대통령은 17대 앤드루 존슨과 42대 빌 클린턴 2명인데, 모두 유야무야됐다. 이번 트럼프 탄핵도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검찰’ 역할을 하는 하원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법원’ 역할을 하는 상원으로 탄핵소추장이 넘어가더라도 집권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서다. 대통령 탄핵에는 출석한 상원 의원의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다만, 이번 우크라이나 건은 내년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공세가 거세질 수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선거 캠프와 러시아 간 공모 의혹은 이미 끝난 선거인 데다 진부하고 복잡해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기가 어려웠지만 우크라이나 건은 훨씬 간단명료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