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터키군은 이날 쿠르드족이 통제하는 시리아 북동부 국경도시에 대한 지상 작전을 개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터키군과 시리아국가군(SNA)은 ‘평화의 샘’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에르도안의 작전 개시 선언 이후 터키군은 라스 알-아인과 탈 아브야드를 시작으로 터키 접경 시리아 국경도시에 공습과 포격을 가했다. 이어 터키 국경에서 30㎞가량 떨어진 카미실리와 아인 이스사, 코바니 등도 공격했다. 본격적인 지상군 진격에 앞서 공습과 포격을 가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터키군의 초기 공격으로 민간인 8명을 포함해 최소 15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시리아 쿠르드 민병대(YPG)는 미국을 도와 시리아 내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IS 격퇴전에 앞장선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약 1만1000명의 YPG대원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터키는 YPG를 자국 내 분리주의 테러조직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분파로 보고 공공연히 격퇴 의지를 드러내왔다.
트럼프가 쿠르드 동맹을 버리고 ‘시리아 철군’을 선언하자, 불과 며칠 만에 에르도안 대통령이 그동안 벼르던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거세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도 이번 작전의 목표, 대상, 기간 등을 놓고 어려운 선택을 해야할 처지가 됐다.
당장 에르도안은 이번 작전의 목표를 놓고 말을 바꿨다. 애초 쿠르드 테러범의 위협 제거가 목표라던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슬람국가(IS)를 표적으로 한 ‘평화 작전’으로 갑작스럽게 바꿨다.
이처럼 터키가 갈피를 못잡는 이유가 미국 내 거센 반발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IS 격퇴전의 최전선에 선 쿠르드족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터키는 또한 “시리아 내 일부를 점령하는 데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 “이전 작전들처럼 잠정적으로 머무는 것이 될 것”이라고 어조를 바꿨다.
군사작전의 목표 중 하나로 인도주의적 차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는 평가다.
터키는 시리아 북동부에서 쿠르드 민병대를 몰아내고 자국 내 시리아 난민들을 이곳으로 이주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작전이 시리아 난민들이 지낼 수 있는 ‘안전지대’를 확보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에르도안이 험난한 기로에 서 있는 가운데 시리아 공격의 길을 터줬던 트럼프도 변수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트럼프는 터키의 작전을 나쁘다고 하면서 “쿠르드족에 피해가 갈 경우 터키 경제를 쓸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에르도안 대통령을 향해서도 “나는 그가 이성적으로 행동하길 희망한다”며 “그가 부당하게 작전을 한다면 매우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최근 시리아 북서부 이들립 작전을 두고 충돌한 러시아, 이란의 지지를 받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심각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터키 내부 여론도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