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인력을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전환 배치하거나, 희망 퇴직을 통해 인원을 줄이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전체 임원을 25%를 감축하기로 했다.
중국에 밀린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고육지책인데, 일자리를 잃은 국내 인력들이 중국 업체로 이직하거나 기술을 유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긴 힘든 실정이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임원 감축에 나선 LG디스플레이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1~2년간 동종업계에 취직할 수 없으며, 재직할 때 얻은 기술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역시 핵심 기술을 다루는 직원을 대상으로 동종업체 이직 금지 및 기술 유출 방지 서약서를 받는다. 계약서에 관련 내용을 아예 포함하기도 한다.
물론 그에 걸맞은 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로의 국내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LCD 부문에서 1위에 오른 중국은 차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분야를 키우기 위해 삼성과 LG 출신 인력 빼오기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CD 기술 공정이 상당 부분 공개된 것과 달리 OLED 기술은 아직 인력 노하우에 기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최근 OLED 관련 대대적 투자계획을 발표하는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한국 따라잡기에 나서고 있다.
중국 비전옥스(Visionox)는 지난달 말 광저우에 6세대 AMOLED(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 모듈 생산라인을 건설한다고 밝혔다.
비전옥스는 새롭게 건설하는 OLED 모듈 라인을 통해 커브드, 폴더블, 웨어러블, 오토모티브 등 최근 주목받는 다양한 산업 분야를 커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중국의 디스플레이 업체인 HKC는 지난달 27일 후난성 창사 지역에 8.6세대 OLED 생산라인 착공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OLED 신규 투자를 확대하면서 삼성과 LG 출신 고급 인력들에 항상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현재 연봉의 2~3배를 제시하면 이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의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편법을 동원한 인력 및 기술 유출 가능성도 더 높아지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인력 및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 등을 받고 있지만, 중국 헤드헌터들이 자회사 고용 등 편법을 동원하면 이직을 원천봉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기술자들을 통해 OLED의 기술적 난제와 수율 확보 등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기업은 물론, 정부도 고급 인력에 대한 우대 등을 통해 기술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법원은 삼성디스플레이서 퇴직한 뒤 중국 BOE로 이직한 OLED 패널 기술자에 대해 “새 직장 취업은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