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바뀌지 않는 한 촛불은 꺼지지 않아"…맞불집회 "조국 의혹 밝혀라"
12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일대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촉구 촛불집회에는 연인, 가족 단위의 참가자들이 눈에 띄었다. 다른 한쪽에서는 조국 법무부 장관을 규탄하는 맞불집회가 열려 혼잡이 빚어지기도 했다.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오후 6시부터 검찰 개혁과 조 장관 수호를 주장하는 제9차 사법적폐 청산을 위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4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서초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대법원 정문까지 참가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두툼한 겉옷을 챙긴 이들이 많았다. 이들은 ‘검찰개혁’, ‘정치검찰 OUT’, ‘정치검찰 박살 내자’, ‘윤석열은 사퇴하라’, ‘우리가 조국이다’ 등이 쓰인 손팻말을 들고 집회에 참가했다.
◇본행사 4시간 전부터 인파 몰려… 광주ㆍ대구 등 속속 도착
집회 시간이 가까워지자 대법원 근처 도로에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관광버스 여러 대가 도착했다. 오후 2시께 광주에서 온 버스들이 도착했다. 서초대로에 앉아 있던 참가자들은 “광주 최고”를 연달아 외치며 환호했다. 광주 지역 측은 “45명이 탈 수 있는 버스 13대가 올라왔고, 추가로 더 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후 2시 50분쯤에는 대구 지역 참가자들이 도착했다. 이어 오후 3시 10분께 울산에서 80여 명의 참가자도 서초대로에 나타났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들이 들어서자 “대구, 대구”, “울산 최고”를 외치며 환영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과 함께 이곳을 찾은 강지훈(35) 씨는 “오늘 아침 11시 40분 비행기를 타고 서울에 도착했다”면서 “검찰이 먼지 털듯 우리를 수사하면 어떻게 살 수 있겠나”라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전북에서 아이들과 함께 올라온 소상훈(43) 씨는 “무리한 검찰 수사를 비판하기 위해 왔다”며 “아이들도 민주주의를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같이 참석했다”고 말했다.
사전행사 진행을 맡은 이장훈 씨는 오후 3시 30분 “우리의 최후통첩은 마지막이 아니다”라며 “저들이 바뀌지 않는 한 우리의 촛불은 꺼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이에 맞춰 “토착 왜구 박멸하라”, “자한당을 해체하라”, “공수처를 설치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오후 5시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의 사전 공연이 시작됐다. 주최 측은 먼저 치어리딩 퍼포먼스와 밴드 GERO G의 무대로 열기를 더했다. 참가자들은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촛불 파도타기를 하는 등 호응했다. 서초역과 교대역에선 집회에 참여하기 위한 시민들이 잇따라 모습을 드러냈다.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장관은 검찰 개혁 모든 것 걸어 달라"
집회 시작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자 방송인 노정렬 씨의 시작 구호 제창을 시작으로 연사들이 무대로 나왔다. 양희삼 목사는 “검사와 목사는 일란성 쌍둥이처럼 하는 짓도 비슷하다”며 “성범죄를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고, 나쁜 짓을 저질러도 아무 일도 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조소 섞인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검사가 검사를 잡는 일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며 “개싸움은 우리가 할 테니 조국 장관님은 검찰 개혁에 모든 것을 거십시오”라고 힘주어 말했다.
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었지만, 검찰이 조 장관과 가족에 대해 행하는 행태는 사람이 먼저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나서 검찰의 권력 남용을 당장 멈추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국선언 교수 연구자 대표로 나온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당당한 민주 시민과 함께하는 교수들과 검찰 개혁, 더 나아가 언론 개혁, 종교 개혁까지 함께 하겠다”며 “7000여 명의 교수 연구자는 새로운 단체를 만들어 각지, 각 분야의 촛불 시민들과 함께하기로 결의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가족들과 청주에서 올라온 박선환(29) 씨는 “검찰청사 앞에서 촛불 집회를 하는 오늘도 정경심 교수가 검찰에 소환됐다”며 “국민이 목소리를 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검찰에 화가 나 가족들과 함께 올라왔다”고 밝혔다. 이어 “집회는 잠정 중단되지만 다른 촛불 집회에도 꾸준히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에서 서초동을 찾은 구윤(28) 씨와 이나겸(26) 씨는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데도 데이트를 이곳에서 하기로 했다”며 “검찰이 반성하고 성찰할 때까지 계속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8시 30분께 무대에 오른 김포에서 온 한 시민은 “박정희와 전두환이 망가뜨린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선배들이 거리로 나왔던 것처럼 우리는 박근혜를 탄핵하고 벌벌 떨게 했다”며 “그러나 지금 적폐들이 대통령 발목을 잡고 흔들고 있는데 우리는 그때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해 우리가 거리로 나온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북에서 온 고등학생 김모 군은 “수능을 한 달 남짓 남기고 이곳에 선 이유는 검찰의 잔혹한 모습을 가만히 쳐다만 볼 수 없어서다”라며 “검찰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가지고 사건을 밀어붙이는데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가”라고 지적했다.
◇맞불집회로 혼란… “국론이 완전히 좌우 분열”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초경찰서 맞은편을 거점으로 ‘조국 구속, 문재인 퇴진 요구 결사항전 맞불 집회’를 열었다. 우리공화당은 서울성모병원과 누에다리 사이에서 ‘조국 구속 태극기 집회’를 개최했다.
맞불 집회 일부 참가자는 ‘조국 구속’, ‘문재인 탄핵’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행진하다 경찰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들은 “우리는 점잖게 하는데 왜 길을 막냐”며 경찰에 항의했다. 이어 “대한민국 경찰은 윗선의 지시를 따르는데 다 같은 편”이라며 “조국이 사모펀드로 무슨 짓을 했는지 확실히 수사해서 드러내라”고 했다.
집회 장소에서 벗어난 곳에서 큰 플래카드를 들고 있던 김영호(66) 씨는 “이 나라가 조국 사태로 위기에 처해 있어 아침 일찍 부산에서 올라왔다”며 “국론이 완전히 좌우로 분열돼 잘못 생각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정의를 깨우쳐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