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일부 중견건설사들의 분양 물량이 올 들어 크게 줄어들었다. 반도건설은 연내까지 2개월 남짓 남았지만 지난해(2810가구)의 절반이 안되는 1339가구를 분양했다. 중흥건설은 올해 4930가구를 공급했고, 10대 건설사인 호반건설은 2014~2016년 1만 가구 넘게 분양을 이어오다 지난해엔 4000여가구를 분양했다. 올해 현재 기준 분양 물량은 이와 비슷하다. 금호산업은 올 들어 2500여 가구를 분양하는 데에 그쳤다.
중견건설사들은 공공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높은 상품성을 앞세워 분양사업을 이어왔지만 최근 지방 주택시장이 크게 가라앉은데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사업이 축소되고 있다. 지난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6만2385가구로 이 가운데 지방 미분양 물량이 전체의 83%를 차지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던 2008년 지방 미분양 가구 비중(84%)에 육박한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데다 정부의 분양가 규제로 주택시장 자체가 좋지 않았다”며 “리스크가 따르는 상황에서 중견사들이 무리하게 사업에 나설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분양을 미루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위례신도시에서는 호반건설과 중흥건설, 우미건설 등이 분양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분양가 규제로 인해 협의가 지연되면서 지난 4월 ‘송파위례 리슈빌 퍼스트클래스’ 이후 6개월동안 공급이 끊어진 상태다. 위례신도시 일대 한 공인중개소는 “호반건설의 ‘호반써밋 송파’ 아파트 분양이 지난 7월로 예정돼 있었지만 분양가 협의 문제로 연말께로 미뤄졌다”며 “건설사들이 낮은 분양가로 서둘러 공급할 이유가 없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모두 내년으로 미룰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공공택지지구 분양도 가격 통제에 막혀 있지만 재건축·재개발 수주마저 쉽지 않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의 대규모 사업장은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가 점점 강해지고, 컨소시엄(공동도급)마저 막는 사업장들이 많아지면서 여건이 녹록지 않아서다.
주택산업연구원의 10월 분양경기실사지수(HSSI)에 따르면 이달 중견건설사의 분양경기 전망은 86.9로 올라섰다. 지난 달보다 무려 33.2포인트 오른 수치다. 기준선인 100을 여전히 밑돌고, 지난달 전망치가 워낙 낮었던 기저효과 때문이지만 분양시장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개선되고 있다고 주산연 측은 내다봤다. 중견건설사들의 이달 서울 분양시장에 대한 기대감은 96.4에 이른다. 전달보다 26.4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보다 분양 여건이 나아진 건 맞지만 시장이 작년보다 워낙 좋지 않은 데다 정부 규제로 적극적으로 사업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도권은 지방과 달리 버티면 팔리니 수도권 분양사업은 소극적이나마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