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과열’ 한남3구역… 연내 시공사 선정 ‘빨간불’

입력 2019-10-22 15:22수정 2019-10-22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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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빅3' 건설사 입찰 제안에 제동… 특별점검 착수

공사비만 2조 원에 달하는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단지의 연내 시공사 선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입찰에 나선 ‘빅3’ 건설사가 터무니없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수주 과열 과정에서 건설사들이 제시한 입찰제안서 항목들에 대해 특별점검을 거친 뒤 시정명령이나 법적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서울시가 한남3구역 수주전에 나선 현대건설ㆍ대림산업ㆍGS건설 등 ‘빅3’ 건설사가 조합 측에 제시한 입찰제안서 내역을 입수하는 대로 세부적인 법률 검토에 들어갈 방침이다. 국토부가 한남3구역 입찰제안서에 대한 특별점검에 나선 것은 업체들의 제안서 내용에 관련 법령이나 지침을 위반하는 비현실적인 제안이 대거 포함돼서다.

한남3구역 수주전에 뛰어든 ‘빅3’는 각각 ‘디에이치 더 로얄’(현대건설), ‘아크로 한남카운티’(대림산업), ‘한남자이 더 헤리티지’( GS건설) 등 단지명을 공개하고 전례없는 파격 조건들을 제시했다.

GS건설은 한남3구역에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을 경우 일반분양가는 3.3㎡당 7200만 원까지 보장하겠다는 내용을 입찰 제안서에 담았다.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분양가의 절반 수준인 3.3㎡당 3500만원 이하로 낮추고, ‘조합원 분담금 입주 시 100%·환급금 계약 시 50%’,‘ 조합원 전원에 한강 조망 가구ㆍ테라스하우스ㆍ펜트하우스 100% 보장’이라는 조건도 제시했다.

대림산업은 ‘임대주택 제로’라는 파격적인 방안을 약속했다. 현대건설은 입주 전에 내는 조합원 분담금 납부에 대해 1년 유예를 내세웠다. 이 기간 동안 발생한 금융비용은 건설사가 부담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의 이 같은 파격적인 제안이 대부분 법을 위반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건들로 보고 있다. 특히 GS건설이 제안한 일반분양가 3.3㎡당 7200만 원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위반이라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이 법 132조는 추진위원, 조합 임원 선임 또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 의사를 표시ㆍ약속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분양가를 보장하는 것은 조합원 분담금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인 만큼 재산상 이익을 약속한 행위와 같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한 건설사에는 공사비의 2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다.

국토부는 GS건설이 제안한 △상업시설 분양가 주변 시세 110% 보장 △조합 사업비 전액 무이자(1조4700억 원) 등의 조건도 모두 도정법 132조를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림산업의 임대주택 없는 아파트도 실현 불가능하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재개발사업에서 임대주택 건립은 의무사항으로 서울시는 현재 재개발 사업에서 나오는 임대아파트를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통해 전량 매입하고 있다.

국토부는 건설사들이 제시한 이주비 지원에 대한 불법 여부도 검토할 예정이다. GS건설은 이주비 LTV(주택담보대출비율) 90% 보장을 사업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림산업은 100% 보장, 현대건설은 가구당 최저 5억 원의 이주비를 약속했다. 국토부는 시중은행의 이자 수준으로 이 같은 이주비를 지원하는 건 가능하지만 이자가 없는 무상 지원인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한남3구역은 한남동 686 일대 노후주택을 197개동, 총 5816가구(임대주택 867가구 포함)의 매머드급 대단지 아파트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건폐율이 높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아 애초부터 사업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건설사들이 이곳 수주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것은 공사비만 1조8880억 원, 총 사업비가 7조 원에 달하는 역대급 재개발 프로젝트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또 한남뉴타운 5개 구역 중 면적이 가장 큰 데다 뒤로는 남산, 앞으로는 한강이 흐르는 배산임수 입지에 강남권에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랜드마크를 세운다는 점도 의미를 보탠다.

재개발 수주전이 이처럼 혼탁해지는 게 조합에 오히려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제안서를 검토한 뒤 위법한 것으로 결론이 나면 시공사 선정이 지연될 수 있어서다.

수주 과열을 바라보는 현지 공인중개소들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한남동 한 공인중개사는 “건설사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감언이설로 조합을 설득한 뒤 시공사 선정 후에 돌변하는 경우가 많다”며 “자금력이나 신용상 문제가 있을 수 있는 건설사는 조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점검 기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서울시와 논의한 뒤 결정할 것”이라며 “불법 소지 여부는 도정법에 나와 있는 만큼 법대로 조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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