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르도안, 시리아 ‘안전지대’서 쿠르드 민병대 철수 합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소치/AP연합뉴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소치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터키 접경의 시리아 내 ‘안전지대’로부터 쿠르드 민병대 철수와 러-터키 양국의 합동 순찰에 합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언론 브리핑을 통해 “23일 정오부터 150시간 이내에 모든 테러 세력인 쿠르드 민병대(YPG)와 중화기들을 터키-시리아 국경에서 30km 밖으로 철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리아-터키 국경에서 30㎞’는 터키가 그동안 주장해 온 시리아 내 ‘안전지대’의 폭과 일치한다.

에르도안은 또 “쿠르드 민병대 철수 이후 터키군과 러시아군은 시리아-터키 국경으로부터 폭 10km에 걸친 터키의 군사작전 구역에서 합동 순찰을 실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터키가 맺은 120시간의 휴전 합의가 종료된 가운데, 휴전을 연장해 쿠르드 민병대의 철수하도록 유도하고 이후 양국이 함께 안전지대 운영을 감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합의를 두고 터키와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주고받았다는 평가다. 터키로서는 자국 남부 지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여겨온 시리아 북동부의 쿠르드 민병대를 안전지대 밖으로 몰아내는 결과를 얻었다. 또 러시아는 양국 합동 순찰을 이끌어냄으로써 터키의 시리아 점령을 차단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WSJ는 러시아가 터키군의 군사작전 개시 이후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철수한 미군을 대신해 이 지역에 자국 군대를 파견하기로 하면서 입지를 더욱 넓힐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와의 합의가 이 지역 갈등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합의에 대한 쿠르드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미군과 동맹을 맺고 2014년부터 약 1만 명의 전사자를 내며 시리아 내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격퇴에 앞장섰던 쿠르드는 미래 독립국의 터전으로 생각하던 시리아 북동부 지역에서 완전히 밀려날 운명에 처하게 됐다.

또 러시아와 터키의 합의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는 이란을 자극해 지역 불안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WSJ는 평가했다. 이란은 터키의 시리아 쿠르드족에 대한 공격을 비난해 왔다.

터키는 지난 9일 자국에 안보 위협이 되는 쿠르드 민병대 격퇴를 이유로 시리아 북동부 지역으로 진격해 ‘평화의 샘’으로 불리는 군사작전을 개시했다.